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절차를 밟으면서 국내 예금자보험 제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SVB의 총 예금의 86%가 예금자 보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되면서 미국보다 낮은 예금자보호 한도를 가진 국내 제도 개선에 속도가 붙을지가 관심사다.
예금자보험 제도는 예금보험공사가 거래은행이 파산 등으로 예금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 은행을 대신해 예금지급을 보장하는 것이다. 1인당 예금보험 한도는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5000만원이다. 2001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된 이후 23년째 같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어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했다.
우리 예금자보호 한도는 주요국과 비교하면 절대적으로 낮다. 예보에 따르면 미국의 예금자 보호 한도는 25만 달러(약 3억3000만원), 유럽(EU)은 10만유로(약 1억4000만원), 영국은 8만5000파운드(1억3500만원)다. 한국보다 1인당 GDP가 근소하게 앞서는 일본의 경우 한도는 두 배로 1000만엔(9800만원)으로 나타났다.
예금자보호법을 보면 보험금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보호되는 예금 등의 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을 한도로 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우리나라 1인당 GDP는 2001년 1만5736달러에서, 지난해 3만5003달러로 두 배 이상 늘었는데 예금자보호 한도는 그대로였다.
그사이 예금 규모가 꾸준히 늘어왔다. 국내 예금은행의 원화 총 예금 규모는 작년 12월 기준 1958조원을 넘어섰다. 현행 예금자 보호 한도 금액이 적용되기 시작한 2001년 1월 399조원에 비해 약 다섯 배 늘어났다. 특히 상대적으로 수익구조가 탄탄하지 못한 토스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수신 규모가 빠르게 늘어난 것은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지적된다.
다행히 올해는 구체적인 개선안이 발표되는 해다. 금융위원회와 예보는 예금자 보호 개선 방안을 오는 8월까지 발표할 계획이다. 예금자보호 한도를 단계적으로 1억원까지 올리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지난달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금 보험 한도를 1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한도 상향뿐만 아니라 보험 적용 범위도 확대도 관심사다. 유재훈 예보 사장은 지난 8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예금성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 원금보장상품의 보호 대상 편입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파이낸셜 등 선불 페이머니는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하는데, 개선안에 이들도 보험 대상으로 편입될지도 관건이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미국의 1인당 GDP는 약 7만 달러로 우리의 두 배다. 예금자보호 한도를 미국의 절반으로만 해도 1억5000만원이 넘는다”며 “1억원 이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지난 20여 년간 올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한도를 인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