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트 연승에 성공한 디플러스 기아 ‘데프트’ 김혁규가 상승세의 비결을 밝혔다.
디플 기아는 10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 정규 리그 8주 차 경기에서 최하위 농심 레드포스를 2대 0으로 꺾었다. 11승4패(+15)를 기록해 젠지(11승4패 +14)를 제치고 다시 단독 2위 자리를 탈환했다.
디플 기아는 이날 1세트를 24분, 2세트를 25분 만에 마무리하면서 10세트 연속 승리를 이어나갔다. 1세트 애쉬, 2세트 바루스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탠 김혁규와 만나 최근 팀 상승세의 비결, 선수단의 번아웃 해소 과정 들을 들어봤다.
-농심까지 2대 0으로 이겨 매치 5연승, 세트 10연승을 달성했다.
“정규 리그 2위 싸움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돼 기쁘다. 리브 샌박전 패배 이후로 팀 분위기도, 게임 내용도 좋아졌음을 선수들도 체감하고 있다. 계속해서 이 상승곡선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김 선수의 말대로 리브 샌박전 완패 이후 팀이 180도 달라졌다.
“리브 샌박전 이후 나를 포함해 선수들 모두 심적으로 지쳐있단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선수들끼리 ‘게임을 조금 더 재밌게 하자’는 얘기를 나눴다. 이후부터는 다들 어느 정도 부담감을 내려놓은 것 같다.
인 게임적으로는 ‘쇼메이커’ 허수가 밴픽적으로나, 미드·정글과 관련한 것들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기로 해서 눈에 띄게 발전했다. 허수 나름엔 팀을 배려한답시고 했던 행동들이 있다. 작년 또는 그 전부터 허수가 놓쳐온 것들을 다시 기억해내고 또 잘 수행해주고 있다.”
-시즌 초임에도 선수단이 번아웃으로 고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디플 기아는 다들 이기는 게 익숙하다. 이기는 걸 당연하게 여겼던 기간을 모두 갖고 있다. 게임을 이겨서 얻는 기쁨은 점점 줄어드는데, 졌을 때 듣는 얘기는 늘 똑같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 조금씩 마음의 병이 생긴다. 사실 이걸 해결할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게임을 이기고, 스스로 만족할 만한 퍼포먼스가 나와야 한다. 그러면 게임이 다시 즐거워진다.”
-베테랑 중 베테랑인 김 선수도 비슷한 과정을 겪어봤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
“허수가 정확히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나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시기가 있다. 나는 결국 내가 게임을 다시 잘하게 되고, 스스로 경기력에 만족하게 됐을 때 게임이 재밌어졌다. 참 어렵다. 내가 스스로 만족을 못 해서 그런 시기를 겪게 되는데, 스스로 만족을 해야만 빠져나올 수 있다. 정말 어렵고 괴로운 과정을 겪어야 한다.”
-오늘 1세트 때 애쉬를 플레이했다. 이제는 서포터로 여겨지는 챔피언이다.
“애쉬는 스크림에서 밴이 자주 되고, 서포터로도 워낙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러다 보니 나도 애쉬를 플레이한 건 오랜만이다. 하지만 챔피언 조작법이 비교적 간단하고, 예전부터 많이 플레이해왔으므로 언제든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상대가 4픽으로 노틸러스를 골랐을 때 ①시비르·애쉬 ②애쉬·하이머딩거 중 하나로 바텀 조합을 짜기로 했다. 내가 시비르를 하기 싫어서 ②번 조합을 하자고 했다. 시비르를 하면 라인전은 편한데, 챔피언 성능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고르기가 꺼려진다.”
-베이가를 골랐을 때 비(非) 원거리 딜러로의 사용도 예상했다.
“베이가를 원거리 딜러로 쓸 생각도 하긴 했다. 하지만 오늘 같은 밴픽 상황에서는 하이머딩거를 고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농심의 조합을 보니 오히려 상대가 베이가를 하기 좋겠다고 생각해서 뺏어왔다.”
-2018년 비원딜 메타를 겪어본 베테랑 중 한 명이다. 그때의 경험도 도움이 될까.
“2018년에도 지금도 내 생각은 비슷하다. 비원딜 자체가 좋은 라인전 구도는 거의 없다고 본다. 선수들이 새로운 챔피언에 익숙하지 않고, 자신의 라인에서 못 봤던 챔피언에 대한 상대법이나 대처법이 미숙하다 보니까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다.”
-2세트 땐 바루스를 골라서 ‘유성’이 아닌 ‘치명적 속도’ 룬을 선택했다.
“라이너들이 케넨과 레넥톤을 골랐으므로 내셔 남작을 잡을 때 DPS가 부족할 것 같았다. 내가 내셔 남작을 잡을 딜을 채워야 한다고 느꼈다. 상대 조합을 보면 다들 체력이나 방어력이 높아서 치명적 속도 효과로 DPS를 높일 필요성도 느꼈다.”
-12일 브리온과 대결하고 나면, 상위권 팀인 T1·젠지와 연이어 붙는다.
“우리가 한 시즌 동안 발전했는지를 판단하기 좋은 무대라고 생각한다. T1·젠지는 밴픽적으로나 인게임적으로나 강한 팀이다. 그들을 잡을 방법을 연구해오겠다. 지난 경기에선 초반에 유리했는데도 싸움 구도를 못 짜서, 사이드에 과도하게 인원 배치를 해서 역전당했다. 그런 약점들을 충분히 고쳤다고 생각한다. 재밌는 경기가 펼쳐질 것이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