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지 않으면 그들은 또 다른 방어를 해 나갈 것입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아주 명백하게 보여주고, 그 안에 한두 명이라도 이를 확인하고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나는 신이다’)을 연출한 조성현 MBC PD는 10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곡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프로그램을 놓고 제기된 선정성 논란에 대해 “모자이크를 뿌옇게 해서 어떤 한 교주가 신도들에게 몹쓸 짓을 했다고 끝내고 싶지 않았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일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왜 메시아라고 믿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지 고민했으면 했다”며 “그래서 가장 사실적인 내용을 다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나는 신이다’는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 정명석 총재와 오대양의 박순자, 아가동산의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의 만행을 다룬 8부작 시리즈다. 이 중 JMS편에서는 정명석의 성폭행을 고발한 피해자가 성범죄 피해를 겪을 때 녹음한 음성이 변조없이 담기고, 여성 나체가 모자이크 없이 나온다. 성폭행 재연 장면도 수차례 등장하면서 지나치게 자극적인 연출이라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왔다.
조 PD는 이같은 비판에 대해 “이런 문제의식을 당연히 가질 수 있다”면서도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언론과 방송이 다뤘지만, 어떻게 해서 이 종교단체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는 건지 역으로 질문하고 싶다”고 반문했다.
그는 “JMS 안에서는 정명석과 (피해자) 메이플 간의 녹취를 두고 AI(인공지능)로 조작한 것이라고 한다”면서 “욕조 앞 여성들의 나체 장면은 과거에도 모자이크된 상태에서 여러 차례 나갔다. 이를 JMS는 여자들이 돈 받고 조작한 것이라고 하다가, 나중에는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찍은 것이라고 해명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건 영화나 예능이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 본 피해 사실이라는 점에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이비는 우리 사회가 길러낸 괴물”이라며 그간 교주들에게 내려진 솜방망이 처벌과 사회의 외면이 사이비 종교가 유지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명석은 많은 여성에게 몹쓸 짓을 하고도 10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미국판 JMS로 불리는 워런 제프스는 종신형에 20년형을 더 선고받았다”면서 “우리 사회가 종교에 대해 방관자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신도들을 색출하려는 시도나 다큐에 등장한 피해자들에 대해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KBS가 김도형 교수의 폭로로 JMS 신도 PD와 통역사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이는 것에 대해서도 “마녀사냥은 안 된다”며 “잘못은 종교를 믿는 사람이 아니라 종교를 만들어서 잘못된 길로 가게 만든 교주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취재하며 정말 놀란 건 사회 곳곳에 ‘고위층’이라고 부르는 사람 중에 사이비 종교의 신자가 많이 포진돼 있다는 점이다. MBC에도 있다고 들었고, 넷플릭스에 있는 건 아닌지 의심도 했다”며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나라에서 종교를 믿는 것 자체를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양가감정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 방송을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으로는 인터뷰에 응하기로 했던 피해자가 촬영 당일 연락을 안 받거나 사라지는 일이 많았던 점을 꼽았다. 반면 “김도형 교수와 용기 내 증언을 해준 피해자분들은 정말 존경스러운 사람들”이라며 “탈 JMS (온라인) 카페에 가보면 다큐를 보고 탈퇴했다고 이야기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보람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조 PD는 시즌2 제작 가능성에 대해선 “다루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공부를 시작했고,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만나고 있다”면서 “(후속작을) 어떤 매체에서 틀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서지윤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