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도 ‘8자 춤’ 제때 배워야…“유전만으론 한계” 확인

입력 2023-03-11 00:02
중앙에 위치한 꿀벌이 배를 흔들며 춤을 추고 있다. Heather Broccard Bell 제공, 연합뉴스

꿀벌이 꿀 위치를 알릴 때 하는 행동인 ‘8자 춤’(waggle dance)은 유전적인 능력이지만, 사회적 학습이 있어야만 완전히 터득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 생물학 교수 제임스 니에가 이끄는 연구팀은 꿀벌의 8자 춤이 학습을 통해 배우고 문화적으로 전수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꿀벌은 종종 8자 형태로 원을 그리면서 배 부위를 흔드는 8자 춤을 추는데, 이는 꿀이 있는 꽃의 방향과 거리를 알리는 데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8자 춤의 속도는 목적지의 거리를 표현하며, 거리가 멀면 춤의 속도가 느려지는 대신 엉덩이를 흔드는 횟수는 빨라지는 식이다.

이러한 8자 춤엔 유전적인 요소가 바탕이 된 행동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완전히 유전적인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학습으로 보완되는 것인지는 불분명했다.
꿀벌이 8자춤을 추며 밀원식물(벌이 꿀을 빨아 오는 원천이 되는 식물)의 정보를 알리고 있다. James Nieh from video clips filmed by Dong Shihao 제공, 연합뉴스

이에 연구팀은 경험 많은 벌과 젊은 벌 사이의 8자 춤 전수 과정을 분석해 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다른 벌이 8자 춤을 추는 것을 본 적 없는 같은 시기에 태어난 젊은 벌들로 봉군(벌들의 떼)을 구성한 뒤 이들이 나중에 어떻게 8자 춤을 추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경험 많은 벌을 보고 배울 기회가 없었던 젊은 벌들도 부화 1∼2주 만에 본능적으로 8자춤을 추기 시작은 했다. 그러나 무질서했으며, 춤이 제시하는 목표물까지의 거리와 방향 등의 정보도 오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험 많은 벌이 8자 춤을 추는 것을 볼 수 있었던 젊은 벌들은 이런 문제를 겪지 않았다. 8자 춤을 정확히 추려면 적절한 시기에 사회적 학습이 필요하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연구팀은 인간이 언어발달 초기에 언어를 배우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꿀벌도 생후 38일 이전에 사회적 신호를 습득하고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시기에 8자춤을 제대로 학습하지 못한 꿀벌은 나중에 다른 꿀벌이 추는 춤을 보고 연습해 방향 정보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지만, 거리에 관한 정보는 개선하지 못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포유류와 조류 등으로 국한됐던 사회적 학습과 문화가 곤충 영역으로 확대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퀸 메리 런던대학’ 감각·행동생태학 교수 라즈 치트카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동물의) 복잡한 행동이 전적으로 타고난 것이 아니라는 증거를 추가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선예랑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