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계속된다’ 체코, 중국 꺾고 첫 승 감격

입력 2023-03-10 17:35 수정 2023-03-10 17:36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B조 1라운드 경기에서 중국을 상대로 8대 5 재역전승을 거둔 체코 야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경기 직후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체코가 접전 끝에 중국을 꺾고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첫 승을 신고했다. 8강 진출을 위해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한국으로선 두 팀이 이날 보인 만만찮은 경기력이 반가운 동시에 신경 쓰이게 됐다.

체코는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중국과의 WBC 본선 B조 1라운드 경기에서 8대 5 승리를 거뒀다. 체코는 본선 첫 경기를 감격스러운 승리로 장식했고, 중국은 우승 후보 일본에 전날 완패한 데 이어 자국 프로 리그가 없는 체코에까지 발목을 잡히며 2연패에 빠졌다.

처음 조 편성이 발표됐을 때부터 두 팀은 B조 최하위를 다툴 후보로 꼽혔다. 자국 리그 수준과 그간 국제무대에서 남긴 자취를 종합할 때 나머지 세 팀과는 수준 차가 확연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체코는 본업이 따로 있는 사회인들이 대표팀을 꾸리며 다른 의미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막상 뚜껑을 열자 경기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렀다. 선취점을 가져간 쪽은 오히려 체코였다. 1회 2점을 올린 데 이어 3회 1점을 추가했다. 중국도 5회 말 1점을 따라갔지만 체코는 곧바로 다음 공격에서 달아나는 점수를 올리며 리드를 유지했다.

체코 마운드에 묶여 있던 중국은 7회 역전을 꾀했다. 타선이 응집력을 발휘하며 안타와 볼넷을 묶어 4득점을 올렸고 마침내 리드를 잡았다. 두 이닝만 무사히 막아내면 승리는 중국 몫이었다.

그러나 체코의 뒷심은 상상을 초월했다. 중심타선이 9회 초 1사 후 볼넷과 2루타를 묶어 주자 2, 3루 득점권을 만들었다. 중국 벤치가 서둘러 마운드에 주권을 올렸지만 한 번 타오른 체코의 공세를 받아내긴 역부족이었다. 6번 타자 마르틴 무지크가 벼락같은 좌월 역전 3점포를 때려냈고, 체코는 이후로도 2루타와 안타를 묶어 1점을 추가했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점수였다.

승패를 떠나 치열하게 이어진 양 팀의 접전은 갈채 받아 마땅했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가 오갔고 수준 높은 다이빙 캐치와 세밀한 기습 번트 작전까지 나왔다. 예상을 웃도는 좋은 플레이가 이어지자 도쿄돔 내야를 메운 팬들도 함성과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체코와 중국이 보인 경기력은 두 팀과 각각 승부를 앞둔 한국에 의미가 특히 남다르다. 호주전 패배로 1패를 먼저 떠안게 된 한국은 10일 저녁 일본전에서 패배할 시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압도적으로 잡아야 8강 진출에 희망을 걸 수 있다. 그런데 이들 두 팀이 호주와 일본에 모두 질 경우도 한국의 8강행 꿈은 멀어진다. 만만찮은 두 팀의 전력에 마냥 웃기도, 울기도 어려운 이유다.

도쿄=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