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에서 수많은 사상자를 낸 ‘피의 능선 전투’에서 다량의 포탄을 맞고 산화한 국군 전사자의 신원이 확인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시단(국유단)은 강원도 양구 월운리에서 발굴된 전사자 유해의 신원을 고(故) 김봉학 일병으로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고인은 1923년 9월 10일 대구 서구에서 3남 4녀 중 첫째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가내 수공업을 도우며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했다. 생계가 여의치 않아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고인은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8월 입대 후 국군 5사단에 배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1951년 8월 18일∼9월 5일 벌어진 ‘피의 능선 전투’에서 전사했다.
‘피의 능선 전투’는 육군 5사단 35·36연대와 미군 2사단 9연대가 북한군에게 빼앗겼던 양구 동면 수리봉 일대의 고지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우리 군은 고지 탈환에 성공했지만 고인은 전사했다.
김 일병 유해는 세 차례에 걸쳐 수습됐다. 2011년 7월 처음으로 머리뼈와 오른쪽 정강이뼈가 수습됐고, 2012년 11월과 2016년 10월 2·3차 발굴에서 1차 발굴지점으로부터 20∼70m 떨어진 곳에서 넙다리뼈 등이 추가로 나타났다.
국유단은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하게 전투에 임하던 중 다량의 포탄에 의해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유해에는 당시 치열했던 전투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M1 카빈총 탄피와 수류탄 안전핀 등 유품도 함께 발견됐다.
국유단은 “김 일병의 친동생 가운데 고(故) 김성학 하사(현 계급 상병)가 국군 8사단 소속으로 강원도 춘천지구에서 전사해 먼저 수습된 바 있다”며 “전쟁 당시 위기에 처한 조국을 위해 청춘과 생명을 바친 한 집안의 형제가 뒤늦게나마 넋이 되어 만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김 일병 신원은 육군 50사단 소속의 예비군 지휘관이 국유단으로부터 받은 지역별 전사자 명부를 통해 고인 친동생 김성환(81)씨를 찾아내면서 확인됐다. 김씨는 “살아생전은 물론이고 죽어서도 사무치게 그리워할 형님을 뒤늦게라도 찾게 되어 꿈만 같다”며 “형님을 찾기 위해서 고생하신 모든 분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일병의 신원 확인을 유족에게 알리는 행사인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이날 대구 동구의 유족 자택에서 열린다.
오기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