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실버게이트 청산’ 사태에 휩쓸려 2700만원 선을 내줬다. 비트코인의 2700만원 선 붕괴는 강세장에 올라탔던 지난 1월 21일 이후 49일 만이다.
비트코인은 10일 오후 3시10분 현재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전일 자정 대비 7.22% 급락한 2690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다른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매매가는 2697만5000원이다.
국제 시세에서 비트코인의 2만 달러 선도 깨졌다. 같은 시간 미국 암호화폐 시가총액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건보다 8.05%, 1주 전보다 10.63% 하락한 1만9991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달러당 1324.8원인 원‧달러 환율을 적용한 가격은 2648만4000원이다.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암호화폐)의 약세도 선명하다. 암호화폐 시총 2위 이더리움은 같은 시간 빗썸에서 6.96% 하락한 191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 역시 200만원 선을 빼앗겼다. 같은 시간 코인마켓캡에서 이더리움은 1420달러(약 188만원)를 표시했다.
암호화폐 시장의 약세를 불러온 건 ‘실버게이트 사태’다. 미국 금융사 실버게이트 캐피털은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자회사 실버게이트은행의 폐업을 결정했다.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은행 운영의 질서 있는 중단과 자발적인 청산이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실버게이트는 지난 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연간 사업보고서 제출을 연기했다. 기업의 사업보고서 제출이나 실적 발표 연기는 경영 악화의 신호로 인식된다. 1주일여 만에 예고된 악재를 확인했다.
이로 인해 실버게이트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42.16%(2.07달러) 폭락한 2.84달러에 마감됐다. 이날까지 낙폭은 3월 첫 거래일 시초가(14.27달러) 대비 80.1%, 52주 신고가(162.65달러) 대비 98.3%나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기반의 지역은행이던 실버게이트는 2013년부터 암호화폐를 취급했다. 암호화폐를 활용해 예금, 환전, 대출 같은 금융 상품을 출시했다. 달러·유로 같은 법정화폐를 암호화폐와 교환할 수 있는 ‘실버게이트 익스체인지 네트워크(SEN)’를 개발해 운영했다.
하지만 실버게이트는 과도한 사업 확장, 지난해 자산 시장의 ‘거품 붕괴’, 주거래처였던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으로 유동성 위기에 놓였다. 특히 SEN을 통한 암호화폐 담보 대출이 실버게이트의 위험으로 돌아왔다. 고객의 암호화폐 자산·자금 회수가 속출하는, 이른바 ‘코인런’ 사태까지 발생했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를 포함한 다수의 기업들이 SEN에서 이탈하고 실버게이트를 통한 결제를 끊었다. 결국 실버게이트는 은행 영업을 중단해 추가 피해를 끊어냈다. 고객에게는 예금 전액을 지급할 계획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