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우언론법상은 한국언론법학회 창립과 동시에 만들어졌다.
철우는 ‘철우방원’(哲宇芳元)에서 첫 두 글자로, ‘철리가 지배하는 우주’를 의미한다.
‘우주를 지배하는 철리’란 구체적으로 ‘사랑’ 내지 ‘사랑의 법’이다.
사랑의 지배하는 우주, 예수 십자가의 보혈의 능력이 원천이되는 나라다.
사랑이 어떻게 학문적 연구 주제와 연결될 수 있는 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이야말로 인간의 존엄성을 향유, 실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철우언론법상은 매년 언론 발전에 기여한 우수 논문이나 저서를 심사해 수상한다.
‘올해의 판결’ 분야가 따로 있다.
1년 단위로 대법원 판결이나 헌법재판소 판결 중 언론 발전에 기여한 판결을 심사해 수상한다.
최근 제21회 철우언론법상 심사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8월 11일 인터넷(줌)으로 진행했다.
줌 회의는 어색했지만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수상자가 정해지면 기념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이 이 상의 전통이다.
세미나 주제는 물론 수상작들의 발표 내용이다.
2022년 8월 26일에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철우언론법상 시상식과 기념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주제는 첫째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위헌 여부’, 둘째 ‘명예훼손에서 사실과 의견의 구별’로 정했다.
사회자와 발표자 토론자를 미리 공지하고 세미나를 준비했다.
초기엔 상금이 미약하고 사회적 명성도 미미했다.
이후 기금을 점차 보충했다. 신문 방송에 홍보했고 그 영광을 나누는데 주력했다.
이후 기념세미나를 통해 언론 분야의 최신 법적 쟁점을 진단하고 있다.
학계는 물론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도록 노력했다.
21회 시상 때도 심사위원 모두가 관례에 따라 심사절차를 밟았다.
심사위원 중 나는 최고령이었다.
그동안 심사준칙이 된 공정 절차를 재확인시킨 게 내 의사 표현의 전부다.
초대 심사위원장 고 권영성 서울대 명예교수는 엄격한 심사, 본질을 주장했다.
그 본질은 ‘심사 대상 논문이나 저서를 누가 썼든지 저자의 전공 나이, 그동안 업적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였다.
즉, 심사대상 논문과 저서나 판례가 언론법 학문적 발전의 기여도만, 그 논문 자체만 보고 심사한다는 뜻이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최종 심사 단계에서만 후보 작품의 배경 등을 참고할 뿐이었다.
매 단계마다 무기명 비밀투표로, 다수결 또는 3분의 2 표결로 결정했다.
이같은 전통이 21회 인터넷 심사장에도 이어지고 있는 걸 확인했다.
몇몇 수상자를 회고해 본다.
2005년 제4회 수상자는 대법관을 역임한 김재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다.
학회가 김 교수의 논문 ‘언론에 의한 인격권 침해에 대한 구제수단’을 심사했다.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언론법 연구 학자도 많은데 단 한 편만 쓴 민법학자에게 상을 주는 게 합당한 것인지라는 이견도 있었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저자가 정치학자든 민법학자든 문제될 게 없다며 최종 수상자로 결정했다.
철우언론법상의 시상 취지는 단지 학문적 가치가 뛰어난 논문이나 저서, 판례를 심사해 시상한다는 의미였다.
2015년 제14회 때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 최종심에 오른 당시 김시철 부장판사와 심석태 SBS 뉴미디어부장에게 공동 수여했다.
2006년 제5회는 ‘언론분쟁과 법’ 공저자인 당시 윤재윤 서울고법부장판사와 함석천 춘천지방법원 판사에게 수상의 영예가 돌아갔다.
언론법 학계에선 당시 생소하던 이름의 실무자들이라고 회자가 됐다.
수상식은 특별했고 반응은 제각각, 개성이 있었다.
2002년 제1회 수상자 박용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가족은 물론 헌법재판소 직원들이 많이 참석했다.
2004년 제3회엔 김옥조 교수가 ‘미디어 윤리’로 수상했는데, 노태우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낸 고 현승종 씨가 참석해 축사했다.
현 전 총리는 시상식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김 교수는 현 총리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신임이 두터웠다고 한다.
김 교수의 서울대 법대 동문 동아일보 유경연, 서울대 최명 교수 등 10여 명도 시상식을 함께 했다.
2003년 제2회 수상자 박선영 교수는 한복을 차려 입은 시어머니와 부군 민일영 대법관 등과 참석했다.
감동을 준 수상자는 2019년 18회 염규호 교수다.
염 교수는 저널리즘과 매스컴 교육 분야의 최대 학회인 미국언론학회(AEJMC) 회장을 역임한 저명 언론학자였다.
18명 수상자 다음이 내 차례인가 얼굴을 붉히고 자칫 수상을 거부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염 교수는 “학문적 보상 중 가장 영예로운 철우상”이라고 겸손하게 내게 보낸 회신이 기억에 남는다.
염 교수는 멀리 미국에서 시상식에 참석했다.
염 교수는 시상식에서 “철우상이 일생에 명예로운 상”이라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순간 청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철우언론법상이 우뚝 설 수 있었던 이유는 ‘올해의 판결문’ 시상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 신장에 기여한 판결문을 ‘올해의 판결’로 선정하고 있다.
벌써 시상한 지 20년이 지났다.
2022년은 철우언론법상 2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해이다.
최근 철우언론법상 학술상과 철우언론법상 올해의 판결을 1~20회까지 집대성해 기념 책자를 발간했다.
그 중 ‘올해의 판결’ 수상작들은 한국 언론법의 특유한 판결의 흐름을 간파할 수 있다.
이뿐아니라 한국 고유의 언론법 이론을 재정립하는데 긴요한 판례 자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회고해 보면 대학에서 ‘언론법 강의’를 하는 동안 한국 판례 내용은 강의에 거의 없었고, 미국 수정헌법 제1조를 주로 얘기했다.
20세기에 만연한 ‘사상의 자유시장원리’를 내세우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가급적 반대하는 미국 판례만 강의했던 것이다.
즉 ‘사전억제이론, 막연하면 무효이론,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 같은 미국 판례를 준거로 삼았다.
조만간에 철우상의 ‘올해의 수상작’들이 영어로 번역된다면 한국언론법학회의 위상은 더욱 더 빛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욥 8:7)
정리=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