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前비서실장 ‘억울’…유서에 李 향한 심경 토로

입력 2023-03-10 13:23 수정 2023-03-10 13:38

전날 숨진 채 발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전모씨는 유서를 통해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심경, 가족에 대한 미안한 마음 등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숨진 전씨는 노트 6쪽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전씨는 유서 첫 장에 이 대표를 향한 심경을, 나머지 다섯 장에는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과 가족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각각 쓴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유서 첫 장에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 한다”면서 이 대표를 향해 “정치를 내려놓으시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5장에 걸쳐서는 “나는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억울하다” “(사건 당시) 행정기획국장이어서 권한도 없었는데, 피의자로 입건됐다”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 등 검찰을 성토하며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유족이 유서 공개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어 정확한 내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유족이 유서 내용 공개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유서에 관해서는 어떤 말도 해줄 수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검찰은 “‘성남FC 의혹’ 사건 조사를 위해 지난해 12월 26일 전씨를 불러 한 차례 영상 녹화 조사를 진행했다”며 “검찰은 이후 별도의 조사나 출석 요구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날 이 대표는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내가 만난 공직자 중 가장 청렴하고, 가장 성실하고, 가장 헌신적이고 가장 유능했던 공직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며 “(전씨는) 검찰의 압박수사에 매우 힘들어했다. 검찰 특수부 수사 대상이 된 사람들이 왜 자꾸 극단적 선택을 하겠느냐. 없는 사실을 조작해서 자꾸 증거를 만들어 들이대니 빠져나갈 수 없고, 억울해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씨는 GH 사장 직무대행을 맡다가 지난해 12월 말 퇴직했는데 퇴직 전후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 관련이였다. 전씨는 이헌욱 전 GH 사장의 사퇴로 사장 직무대행을 맡다가 퇴직했다.

전씨의 유족은 “(전씨가) ‘성남FC 의혹’ 사건으로 퇴직 전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앞두고 있던 조사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씨가) 매스컴에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전씨는 지난 1월 31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에서 이름이 거론된 바 있다.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쌍방울 전 비서실장 A씨는 “2019년 5월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이 김성태 회장 모친상에 조문을 왔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전씨에게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시신 부검을 검토하고 있다.

전날 오후 6시45분쯤 전씨의 아내는 “현관문이 잠긴 채 열리지 않는다”고 119에 신고했고, 구급대원들이 문을 강제 개방한 뒤 숨져 있는 전씨를 발견했다.

전씨의 시신은 성남시 의료원에 안치돼 있다.

성남=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