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경상수지 ‘최악’… 수출 부진, 해외여행 증가 탓

입력 2023-03-10 09:19

지난 1월 경상수지가 45억여 달러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 기준으로는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규모다. 수출 부진과 수입 증가, 해외여행 증가로 인한 서비스 수지 적자 등이 이같은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1월 경상수지는 45억2000만 달러(약 5조966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흑자로 돌아섰던 수치가 한 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락세도 문제지만 적자 규모가 크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1월 적자 규모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최대치다.

74억6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상품수지 영향이 크다. 수출(480억 달러)이 전년 동월 대비 14.9%나 줄어든 상황에서 수입(554억6000만 달러)은 지난해 1월보다 1.1%가 늘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이 수치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데는 반도체 부진 영향이 크게 반영됐다. 반도체 수출은 통관 기준 전년 동월 대비 43.4%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비스수지 역시 적자를 키우는데 일조했다. 1월 서비스수지는 32억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8억3000만 달러) 대비 24억4000만 달러나 적자가 더 늘었다. 경기가 침체하면서 소비가 위축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되면서 늘어난 해외여행 수요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들의 한국 여행은 정체된 반면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늘어나다보니 여행수지 적자는 전년 동월(5억5000만 달러)보다 3배에 가까운 14억9000만 달러까지 불어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국 국민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 투자소득 등에서 외국인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을 뺀 ‘본원소득수지’가 큰 폭의 흑자였다는 점이다. 1월 본원소득수지 흑자는 63억8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경상수지 적자폭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이 본사로 거액의 배당금을 송금하면서 흑자 규모가 대폭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지난달의 경우 적자폭이 일정 부분 줄어들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달 무역 적자가 53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달보다 상당폭 줄어든 만큼 상품수지가 일정 부분 개선될 거라는 평가다. 그렇더라도 당분간은 적자 우려가 걷히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열린 경제관계차관회의에서 “반도체 등 주력 산업 수출경쟁력을 제고하는 등 모든 부처가 원팀이 돼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