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코인은행’ 실버게이트의 몰락 [3분 미국주식]

입력 2023-03-10 07:36 수정 2023-03-10 07:50
미국 100달러화 지폐 위에 놓인 비트코인 모형. 픽사베이 제공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미국 실버게이트은행이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 이로 인해 지주사인 실버게이트 캐피털 주가는 10일(한국시간) 마감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42% 급락했다. 불과 7거래일을 진행한 이달에만 80%나 폭락했다. ‘실버게이트 사태’와 더불어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과 거래하는 실리콘밸리은행의 채권 손실 소식까지 맞물린 미국 뉴욕증시에서 금융주 위주의 하락이 나타났다.

1. 실버게이트 캐피털 [SI]

실버게이트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42.16%(2.07달러) 폭락한 2.84달러에 마감됐다.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은행 운영의 질서 있는 중단과 자발적인 청산이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발표해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날까지 낙폭은 지난 1일 시초가(14.27달러) 대비 80.1%, 52주 신고가(162.65달러) 대비 98.3%나 된다.

앞서 실버게이트는 지난 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연간 사업보고서 제출을 연기했다. 기업의 사업보고서 제출이나 실적 발표 연기는 경영 악화의 신호로 인식된다. 1주일여 만에 예고된 악재를 확인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기반의 소규모 지역 은행이던 실버게이트는 2013년부터 암호화폐를 취급한 뒤 가파른 속도로 성장했다. 암호화폐를 활용해 예금, 환전, 대출 같은 금융 상품을 출시했다. 달러·유로 같은 법정화폐를 암호화폐와 교환할 수 있는 ‘실버게이트 익스체인지 네트워크(SEN)’를 개발해 운영했다.

실버게이트는 2019년 11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암호화폐 거래소 사상 최초로 2021년 4월 나스닥거래소에 상장된 미국 코인베이스 글로벌과 비교해도 실버게이트의 뉴욕증시 기업공개(IPO)는 1년 5개월이나 빨랐다. 그만큼 실버게이트의 성장세가 가팔랐다.

하지만 실버게이트는 과도한 사업 확장, 지난해 자산 시장의 ‘거품 붕괴’, 주거래처였던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으로 유동성 위기에 놓였다. 특히 SEN을 통한 암호화폐 담보 대출이 실버게이트의 위험으로 돌아왔다. 고객의 암호화폐 자산·자금 회수가 속출하는, 이른바 ‘코인런’ 사태까지 발생했다.

실버게이트의 거래처들은 재빠르게 ‘손절’했다. 코인베이스와 갤럭시디지털을 포함한 다수의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이 SEN에서 이탈하고 실버게이트를 통한 결제를 끊었다. 결국 실버게이트는 은행 영업을 중단해 추가 피해를 끊어냈다. 고객에게는 예금 전액을 지급할 계획이다.

암호화폐 시장도 냉각됐다. ‘대장화폐’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7시20분 현재 미국 암호화폐 시가총액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7.53% 하락한 2만345달러(약 2685만원)를 가리키고 있다. 같은 시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의 매매가는 2755만원이다.

2. SVB파이낸셜그룹 [SIVB]

실리콘밸리은행의 지주사인 SVB파이낸셜그룹은 이날 나스닥거래소에서 60.41%(161.79달러) 폭락한 106.0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SVB는 실리콘밸리은행의 이니셜이다. SVB는 채권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20억 달러 이상의 주식 발행으로 자본 조달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지난해 3월부터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높여왔다. 이에 따라 주식과 채권을 포함한 자산 가치가 하락했고, 자금 경색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SVB 같은 소형 은행의 자본 조달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실버게이트와 SVB의 동반 폭락은 금융주 전체의 주가를 끌어내렸다.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미국 내 2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가 6.2%나 빠졌다. 웰스파고가 6.18%, JP모건체이스가 5.41%, 씨티그룹이 4.1%씩 하락했다.

3. 미국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미국 노동부는 이날 뉴욕증시 개장을 앞두고 지난주(2월 26일~3월 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전주 대비 2만1000건 증가한 21만1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의 금융가와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의 구조조정이 실업수당 청구 건수를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8주 만에 처음으로 20만건을 상회했고, 지난해 12월 18~24일 주간에 이후 10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 취합된 전문가 전망치인 19만5000건도 웃돌았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의 증가는 곧 탄탄한 노동시장의 과열 양상이 잦아드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노동시장 과열은 연준에서 긴축 기조를 이어갈 근거 중 하나로 지목돼 있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월스트리트 산책. [3분 미국주식]은 서학 개미의 시선으로 뉴욕증시를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룻밤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