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이 9일 숨진 채 발견됨에 따라 이 대표 주변 인물의 사망 사례는 5건으로 늘어났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직접 해명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 주변 인물 가운데 처음 사망한 이는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 개발사업본부장이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그는 2021년 12월 10일 오전 고양시 자택 인근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그로부터 불과 11일 뒤인 2021년 12월 21일, 대장동 개발의 실무 책임을 맡았던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이 성남시 사무실에서 극단 선택을 한 채 발견됐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 주변 인물 2명이 잇따라 사망한 것이다.
지난해 7월 26일에는 이 대표 부인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의 핵심 인물 배모씨의 지인인 40대 남성 A씨가 역시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 A씨는 개인 신용카드를 배씨에게 빌려줬는데, 이 카드가 사건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1월 12일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처음 제보한 모 시민단체 대표 이모씨가 서울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2018년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변호사에게 수임료로 현금과 주식 등 20억원을 줬다며 관련 녹취록을 친문(친문재인) 성향 단체인 ‘깨어있는시민연대당’에 제보한 바 있다. 다만 이씨는 병사한 것으로 최종 결론 났다.
그리고 이 대표의 ‘최장 비서실장’으로 알려진 경기도청 전 비서실장 전모씨가 9일 오후 6시45분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대표가 경기도를 방문하기 하루 전 이 같은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사건 현장에서 전씨가 남긴 유서가 발견됐으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전씨는 이 대표를 10년 넘게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이 대표가 경기지사에 당선된 뒤에는 초대 도지사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이어 경기주택도시공사(GH) 경영기획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이헌욱 전 GH 사장의 사퇴로 2021년 11월 이후 사장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다.
경찰은 전씨의 유족으로부터 “(전씨가) 지난해 11월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는 진술을 받아 전씨의 죽음이 검찰 조사와 관련 있는지 등을 살펴볼 방침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이 대표 주변 인물의 사망 사례 5건 중 타살 혐의점이 발견된 사례는 없다. 그러나 사건의 실마리를 풀 핵심 인물 혹은 의혹을 제기하거나 연루됐던 사람들이 잇따라 숨지자 정치권에서는 “의문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가 직접 해명하라”는 등의 요구가 나오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는 지난해 7월 배씨 지인 A씨 사망 당시 페이스북에 “도저히 우연이라고 하기엔 믿기 힘든, 마치 저승사자라도 보는 듯한 오싹함마저 느끼게 된다”면서 “이재명 의원과 김혜경씨를 둘러싼 의문스러운 죽음의 행진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진실규명을 촉구한다. 그래야 이 두 부부를 둘러싼 의문스런 죽음의 행진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당시 페이스북에 “대장동 게이트, 변호사비 대납, 법인카드 유용 등 하나같이 파렴치한 범죄적 의혹이다. 그리고 의혹마다 의문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 대표는) 정치를 계속하고 싶다면, 이런 의혹부터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도대체 민주당은 죽음에 대한 문제의식도 없는 것인가”라며 “지금 국민이 이 대표에게 바라는 것은 기본소득, 기본주택 같은 것이 아니다. ‘기본 의혹’에 대한 사과와 책임”이라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