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개입에도 미지근한 남양유업의 주가가 주주총회를 앞두고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양유업의 주가는 지난달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남양유업에게 제안을 공식화한 이후 투자자의 기대와 달리 흘러내리고 있다. 보유 지분의 3%까지만 인정하는 감사선임을 제외한 주주제안이 현재로서는 통과되기 어려워서다.
지난달 차파트너스는 남양유업에 일반 주주 지분 50%를 주당 82만원에 공개매수를 통해 자사주로 사달라고 요구했다. 9일 남양유업 종가는 53만7000원이다. 동시에 감사선임과 5대1 액면분할, 시장 평균 수준의 현금배당 등을 요구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주식양수도 소송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해 남양유업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큰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는 안건이 통과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 측과 한앤컴퍼니, 차파트너스는 주주제안 이후 이날까지 특별한 소통을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주총 전에 양쪽과 대화가 된다면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과거 행동주의 사례를 보면 주총 임박해서 대부분 대화가 시작됐다. 주주제안 안건을 올렸고, 결국 표 대결 구도로 갈 것이다. 그 양상에 따라서 회사가 대화를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의 1차 분기점은 이달 말 주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양유업은 9일 오후 공시를 통해서 31일을 주주총회 날로 확정했다. 차파트너스는 오는 14일부터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에 나선다. 차파트너스는 남양유업 지분 3.07%를 가지고 있어, 나머지 주주들의 지지가 중요해서다.
다만 홍 회장과 그 일가가 보유한 지분은 53.08%로 과반 이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걸림돌이다. 보유 지분의 3%까지만 인정하는 ‘3%룰’이 적용되는 감사선임을 제외한 안건에서는 현실적으로 이기기 쉽지 않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단기간에 회사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앤컴퍼니도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보다는 홍 회장과의 주식양수도 소송 3심 대응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파트너스는 감사선임 안건을 가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차파트너스는 “회사가 처한 기업가치 훼손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독립적인 감사 후보가 필요하다”며 지배구조 전문가 심혜섭 변호사 선임을 제안했다. 김 본부장은 “(감사선임에 성공한다면) 3년의 임기 동안 회사에서 일하므로 감사의 법적인 권한을 통해서 남양유업을 개선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장기계획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 밖에도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논의하고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수급상으로는 외국인과 개인은 남양유업의 추가 주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는 흐름이다. 이달 초 7%대 후반까지 내려갔던 외국인 투자자 보유지분은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이 공개된 이후 조금씩 늘어나 8% 중반으로 다시 회복했다. 개인 투자자도 크지 않지만, 주주제안 공개 이후 8거래일 동안 11억8800만원어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