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8회’는 없었다…호주전 참패, 멀어진 8강행

입력 2023-03-09 17:28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호주전에서 8대 7로 패배한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마지막 아웃카운트에 대한 비디오 판독 결과를 기다리며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극적인 역전승은 끝내 찾아오지 않았다.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첫 경기에서 호주에 뜻밖의 일격을 당했다. 8강행 전망에도 먹구름이 꼈다.

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본선 1라운드 B조 호주와의 맞대결에서 8대 7 한 점차 패배를 당했다. 투수를 7명이나 쏟아붓고도 패배하며 변명의 여지조차 남겨두지 않았다.

투수진은 끝내 호주의 최대 무기인 장타를 억제하는 데 실패했다. 선발로 나선 고영표(4.1이닝 2실점)는 비교적 호투했으나 마지막에 솔로 홈런을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김원중(1이닝 3실점) 양현종(0이닝 3실점)은 3점 홈런을 하나씩 헌납했다.

공격에선 집중력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호주 마운드에 4회까지 퍼펙트로 끌려 가던 타선은 5회 역전에 성공했다. 바뀐 투수 다니엘 맥그라스를 상대로 양의지가 3점 홈런을 터뜨리며 혈을 뚫었다. 그런데 직후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나성범이 1루에서 견제구에 아웃되며 맥을 끊었다.

7회엔 더 황당한 장면이 연출됐다. 1아웃 상황에서 최정 타석에 대타로 들어선 강백호는 3구째를 통타해 좌중간 담장을 직격했다. 송구보다 한참 먼저 2루에 미끄러져 들어간 그는 덕아웃을 향해 환호했다. 그런데 비디오 판독 결과 판정이 아웃으로 번복됐다. 강백호가 세리머니를 하는 과정에서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졌고, 그 찰나 태그가 이뤄진 것이다. 전례를 찾기 힘든 ‘세리머니死’의 순간이었다. 곧이어 타석에 들어선 양의지가 안타를 때려냈기에 더 뼈아픈 장면이었다.

벤치의 결정은 악수가 됐다. 경기 후반 투수 교체가 대표적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직전 이닝 등판해 아웃카운트를 하나만 잡아낸 정철원을 7회 시작과 동시에 내렸다. 대신 마운드에 오른 소형준은 제구 난조를 보이며 1사 2,3루를 만든 채 내려갔고, 이어 등판한 김원중은 3번 타자 로버트 글렌디닝에게 3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다음 회에도 투수 교체 직후 실점이 나왔다. 1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판한 양현종은 세 타자를 상대로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채 3실점했다. 타선이 8회말 호주 투수들의 제구 난조를 틈타 3점을 몰아 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에드먼의 도루 실패가 9회말 마지막 아웃카운트로 기록됐다.

양의지가 홈런 포함 멀티히트로 분전했지만 혼자 힘으론 승부를 뒤집기에 부족했다. 최정과 나성범은 삼진을 두 개씩 당하는 동안 무안타로 고개를 떨궜다. 2번 타순에 배치된 김하성도 볼넷 하나를 얻어낸 것을 빼곤 5타석 무안타로 침묵했다.

패장이 된 이 감독은 “(소형준 투입 이후) 3점을 주면서 흐름을 넘겨줬다”고 짚었다. 강백호의 아웃 장면에 대해선 “잘 친 뒤에 세리머니가 빨랐던 것 같다”고 평했다.

이날 패배로 대표팀의 8강행 가능성은 쪼그라들었다. 10일 열리는 일본전마저 내줄 시 현실적으로 상위 라운드 진출을 노리기 힘들어진다. 대표팀은 10일 선발투수로 김광현을 예고했다. 일본에선 빅리그 통산 95승에 빛나는 다르빗슈 유가 공을 잡는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