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군의 한 주택에서 1200여 마리의 개를 굶겨 죽인 사건의 피의자가 구속된 가운데 부패한 개들의 사체 처리에만 1100만원의 세금이 투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양평군은 용문면에 있는 60대 A씨의 주택에서 개 사체가 무더기로 발견됨에 따라 지난 7일 지역 동물병원에 사체 처리를 위탁해 현장을 정리했다고 9일 밝혔다.
끔찍한 현장은 지난 5일 다른 주민 신고로 발견됐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 이 주택 앞마당과 물탱크, 고무통은 물론 피의자가 지내던 방에도 뼈가 다 드러난 상태의 개 사체가 쌓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에서 죽은 채 발견된 개는 1200여 마리에 달했다.
현행법상 동물 사체는 쓰레기종량제 봉투에 넣어 배출하거나 동물병원에 처리 위탁해 의료폐기물로 소각 또는 동물 전용 장묘시설을 통해 화장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사체가 너무 많아 한꺼번에 소각 처리를 할 수 있는 시설이 많지 않았다. 결국 암롤트럭을 이용해 충남 천안시의 소각장으로 보내져 소각됐다.
보통 이런 경우 지자체 등이 일단 처리한 뒤 책임이 있는 피의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군은 주변 주민들의 건강과 위생 문제 등을 감안해 환경정비 차원에서 처리비용을 군비로 부담키로 했다.
피의자가 열악한 환경에서 혼자 지내는 등 축적된 재산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는 점도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양평군 관계자는 “오랜 기간 1000마리가 넘는 개 사체를 방치했던 사람인만큼 스스로 사체를 처리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개 사체들로 인한 악취 등 주민 불편을 고려해 군 예산으로 신속하게 사체를 처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에 대한 수사가 진척을 보임에 따라 신병 확보를 위해 지난 7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A씨에 대한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를 인정해 다음 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가 머물던 주택 내 개 사체들은 치워졌지만 현실적으로 거주가 어려운 점, A씨가 개들을 데려온 곳에 대한 진술을 번복하고 있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개들의 출처를 확인하기 위해 A씨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