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피해를 배상하라는 재판부의 1심 판결에 정부가 항소했다.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과 배상 책임 문제는 2심에서 다투게 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는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사건의 피해자 응우옌티탄씨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에게 3000만100원을 배상하라”고 지난달 7일 판결한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백두선 판사에게 이날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 사건은 ‘퐁니·퐁넛 사건’으로 불린다. 1968년 2월 12일 베트남전 당시 베트남 중부 꽝남성 디엔반현의 퐁니·퐁넛 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해 민간인 74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8세였던 응우옌티탄씨는 복부에 총격을 입었고 가족들 역시 죽거나 다쳤다.
응우옌티탄씨는 2020년 4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 당시 비무장 민간인이었던 자신과 가족의 살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지급을 요구하며 어떤 경우에도 무장 군인이 비무장 민간인을 살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하라는 내용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베트남전 참전 군인과 당시 마을 민병대원 등이 증언에 참여해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장면을 목격했다’는 내용으로 진술했다. 응우옌티탄씨는 자신과 오빠, 당시 퐁니 마을 주민의 증언, 미군의 감찰 보고서 등을 들어 민간인 학살이 충분히 입증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1심에서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을 사실로 인정하며, 국가가 응우옌티탄 씨에게 3000만100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응우옌티탄씨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대한민국의 국가배상법을 적용해 법리를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베트남 민간인 학살에 따른 한국 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우리 법원의 첫 판결이었다.
정부 측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나 목격자의 진술만으로 우리 군이 가해자임을 입증할 수 없고, 게릴라전으로 전개된 베트남전 특성상 정당행위였다”고 맞섰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판결 이후 응우옌티탄씨 측 이선경 변호사는 “배상 금액 자체가 크진 않지만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인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판결로 대한민국 국민이란 게 자랑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등 보훈단체는 재판 결과에 대해 “대한민국 국격을 훼손하고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저하한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김영은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