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부동산 가격의 추가 하락을 내다봤다. 또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예상했다.
한은은 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최근 부동산 부문 관련 리스크(위험) 평가’를 통해 주택가격이 2020년 이후 소득을 포함한 경제 여건과 괴리된 상태로 크게 상승해 큰 조정압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경기가 지난해 중반부터 빠르게 위축돼 조정 국면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소득이나 사용 가치와 괴리돼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높아진 금리 수준, 주택가격 하락 기대, 주택경기 순환 주기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주택가격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주택가격 기대심리의 높은 지속성을 고려할 때 향후 하락 기대심리가 상당 기간 이어져 가격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호황기에 누적된 갭투자 주택 물량은 임대인들의 매도로 풀릴 경우 주택가격 하방 압력을 높일 수 있다. 매매 가격이 기존 임대차 계약의 임대보증금보다 내려갈 경우 임차인들의 위험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 갭투자 건수는 2020년 12월 수도권에서 2만2420건, 지방에서 479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에는 수도권에서 1670건, 지방에서 600건으로 급감했다.
한은은 또 부동산 침체 심화가 금융 불안 요인으로 부상할 수 있어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의 조기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업권별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은행 30조8000억원, 여신전문사 27조2000억원, 보험사 44조6000억원, 증권사 27조4000억원, 저축은행 10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가 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 경계감 확산과 금융 불안을 미연에 방지하지 위해 한계 부문을 조기 식별해 정리를 유도하고, 거래상대방 위험을 낮추는 것이 긴요하다”며 “부동산 PF 금융은 구조조정이 지연될수록 관련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2%)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며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소비자물가에 대해 “국제유가, 곡물 가격 등 공급 물가 상승 압력이 꾸준하게 완화되고 있다”며 “국내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유류세 조정에 따른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주요 선진국보다 더디게 둔화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향후 경기에 대해 “하반기로 갈수록 중국 경제 회복, 정보기술(IT) 부진 완화 등에 따라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세계 경기 부진 심화, 금리 상승 영향 확대 등은 경기 하방 위험 요인으로 잠재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국내 경기 하방 요인으로 금리 상승 영향 가시화, 높은 가계부채 수준, 주택시장 부진이 지목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