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활약하는 토트넘 홋스퍼가 올 시즌도 사실상 무관이 확정됐다. 토트넘은 3시즌 만에 출전한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탈락하면서다. 경기 후 이적생은 “이번 시즌은 엉망진창”이라며 감독을 공개저격했고, 감독은 “이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박지성(은퇴)을 넘어 아시아 선수 최다 UCL 출전 기록을 세웠지만 빛이 바랬다.
토트넘은 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UCL 16강 2차전에서 AC밀란과 득점 없이 0대 0으로 비겼다. 지난달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펼쳐진 1차전에서 0대 1로 패한 토트넘은 1·2차전 합계 0대 1로 16강에서 최종 탈락했다.
사실상 무관 확정이다. 토트넘은 지난 2일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에서 2부리그 셰필드 유나이티드에 0대 1로 패했고, UCL 탈락도 확정됐다. 남은 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정규리그뿐인데 1위 아스널과 승점 18점 차여서 기적이 일어나지 않은 이상 역전은 힘들다. 2007-20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트로피를 들지 못한 토트넘은 무관의 세월이 16년으로 늘어나게 됐다.
팀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시즌 이적료 900억원 이상을 주고 데려온 히샬리르송은 자신을 선발로 내세우지 않은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저격했다. 히샬리르송은 후반 25분 에메르송 로얄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한 차례도 슈팅하지 못했다.
그는 브라질언론 TNT스포츠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은 엉망진창”이라며 “웨스트햄과 첼시 전에서 선발 출전해 2연승을 달렸지만, 그(콘테 감독)가 돌아오고 날 벤치에 앉혔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AC밀란전) 경기 시작 전 코칭스태프가 날 벤치에 앉혔다”며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콘테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탈리아 챔피언에게 진 것”이라며 “우리와 AC밀란의 가장 큰 차이는 상대는 우승을 해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AC밀란은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2010-2011시즌 이후 11년 만에 우승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최근 몇 년간 우승한 적 없고 이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FA컵 패배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FA컵 경기는 정말 나쁜 경기였다”며 “선수들도 우승을 향해 싸울 중요한 기회를 놓쳤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UCL과 FA컵 패배를 비교할 수 없다면서도 “FA컵에서 떨어진 우리가 이제는 UCL에서도 탈락했다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지만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데엔 실패했다. 슈팅도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이 경기로 손흥민은 UCL 본선 55경기에 출전해 박지성 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54경기)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박 디렉터는 선수시절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소속으로 UCL에 총 54경기를 뛰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