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불법 선거자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대표에 대한 배신감을 드러냈다.
유 전 본부장은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2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나는 ‘이재명을 위해 산다’는 마음을 갖고 근 10년간을 살았다”며 “대법원에서 (2018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패소한다면 광화문에서 분신할 생각까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표와의 인연을 회상하며 “제 머릿속에는 항상 ‘그분’에 대한 생각이 있었고 스스로를 세뇌시켰다”고 덧붙였다.
유 전 본부장의 증언은 지난해 돌연 태도를 바꿔 이 대표와 그 측근에게 불리한 진술을 쏟아낸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부원장에게 이 대표 경선 자금을 전달했다는 사실과 이에 따라 자신도 처벌받을 것을 알았느냐는 검찰 질문에 모두 수긍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와 민주당 측이 자신에게 ‘감시용 변호사’를 붙였다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의심스러운 부분이 생긴 것이 변호사 부분인데, 도무지 날 생각하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차라리 (변호사를) 보내지 않았다면 지금도 (진술하지 않았던) 상태에 머물렀을 수 있다”고 진술했다.
앞서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의 첫 공판에서 민주당 측이 유 전 본부장을 감시하기 위해 변호사를 붙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유 전 본부장이 변호사 선임 의사를 밝히지 않았는데도 김 전 부원장과 친분이 있는 변호사 2명이 변호인으로 선임됐고, 이미 사임계를 낸 사건을 핑계로 접견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 불리한 진술을 막기 위해서다. 유 전 본부장을 변호하던 변호사 2명은 김의겸 민주당 의원과도 통화했다고 한다.
김 전 부원장 측은 “검찰이 끼워 맞추기식 주장을 펼친다”고 반박했지만 유 전 본부장도 이를 계기로 마음이 돌아섰다고 밝힌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 업자 김만배·남욱·정영학씨 등과 공모해 업자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몰아주고 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 인물이다. 그의 증언은 이 대표의 측근인 김 전 부원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구속 기소되는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
김 전 부원장과 공모해 대장동 일당에게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함께 기소돼 재판받고 있으나 이날 재판에는 김 전 부원장 사건에 대한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섰다.
한편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민주당 예비경선이 진행되던 2021년 4~8월 네 차례에 걸쳐 남욱 변호사로부터 8억4700만원을 수수했고, 이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 정민용 변호사와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역시 이 사건 피고인으로 기소된 상태다. 다만 검찰은 그중 김 전 부원장에게 실제로 건네진 것은 약 6억원으로 보고 있다.
또 김 전 부원장은 2010년 7월~2014년 6월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과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편의를 제공하는 등의 대가로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4회에 걸쳐 1억9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로도 추가 기소됐다.
김 전 부원장은 지난 7일 첫 공판에서 “돈을 요구한 적도 없고 수수한 적도 없다”며 “말도 안 되는 기소”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차대한 대통령 선거에서 돈을 요구한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고 부도덕한 일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억대의 돈을 달라고 얘기조차 꺼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