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포천시 돼지농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뒤 농장주에 의해 야산에 버려진 태국 국적의 60대 노동자가 10년 동안 고국에 한 번도 가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00만원대 월급을 대부분 태국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면서 홀로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인근 야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태국 이주노동자 A씨(67)가 지난 2013년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뒤 한 번도 고국에 돌아가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포천의 한 돼지농장에서 일했던 A씨는 100만원대 월급을 받아 대부분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한 달에 100만원 초반대의 급여를 받았다가 최근에는 18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담배와 커피값을 제외하곤 대부분 태국으로 송금됐다.
A씨는 지난달 말 돼지농장 옆 자신의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를 발견한 농장주 B씨는 트랙터를 이용해 A씨의 시신을 인근 야산에 유기했다. 범행 당일 아들이 “경찰에 신고하자”고 했지만, 불법체류자(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사실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한 농장주 B씨는 결국 시신을 야산에 버렸다.
숨진 태국 노동자 A씨는 10여년 동안 돼지우리의 한 귀퉁이에 있는 열악한 숙소에서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했던 A씨는 국내 체류하는 다른 태국인들과의 교류도 거의 없이 혼자 일만 하며 지냈다고 한다. A씨는 1000마리 가까운 돼지를 키우는 농장에서 분뇨 처리 등 축사 업무 전반을 맡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사망 소식은 태국에 있는 가족에게도 전달됐다. 가족은 시신을 수습하러 한국에 올 계획으로 알려졌다.
앞서 의정부지법은 사체유기 혐의로 체포된 농장주 B씨에 대해 지난 7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농장주 B씨와 그의 아들을 조사하고 있다. 사체유기 혐의는 물론이고 이 농장의 운영 전반에 또 다른 불법 행위는 없었는지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범행동기나 수법 등은 상당 부분 파악된 상태이고 부검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관계 기관과 함께 다른 불법행위는 없었는지 폭넓게 살피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근 야산에 버려진 A씨가 생활했던 숙소의 열악한 환경도 논란이 되고 있다. A씨가 숨진 뒤 포천이주노동자센터는 그가 생활했던 숙소 내부 모습을 공개했다. 축사 건물 한쪽 귀퉁이에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가로세로 3m 정도의 좁은 방에는 쓰레기가 가득했다. 김달성 대표는 “이주노동자 중에서도 3D라는 불법체류자들의 삶을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라며 “불법체류자는 가뜩이나 열악한 이주노동자 보호 제도에서도 소외돼 있어 열악함을 말로 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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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