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T 롤스터 ‘비디디’ 곽보성의 활약은, ‘활약’이라고 쓰고 ‘부활’이라고 읽는다. 그는 KT 선수들 중에서 가장 화려한 커리어를 갖고 있지만, 작년에는 유일하게 플레이오프 무대조차 밟아보지 못했다. 데뷔 후 가장 심하게 부침을 겪었고, 그래서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고찰도 많이 해야 했다.
곽보성은 지난 8일 한화생명전 승리 직후 국민일보와 만나 과거 있었던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 고찰에 대해 털어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023년 스프링 시즌의 곽보성은 가장 ‘비디디스러운’ 스타일로 게임을 하고 있다.
“한동안 플레이 스타일 고민을 많이 했다. 특히 ‘쵸비’ 정지훈 선수가 나타난 이후로는. ‘쵸비’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이 독보적이지 않나. 그는 본인 성장 위주로 게임을 하고, 잘 성장해서 게임을 캐리한다. 나는 어쨌거나 ‘쵸비’ 선수한테 많이 졌으니까, ‘나도 이런 식으로 해야 하나?’ 생각도 해봤다.”
그는 지난해까지 정지훈의 소속팀 상대로 많이 졌다. 곽보성이 정지훈과의 대결에서 밀려서 진 경기도 있었고, 그가 밀리지는 않았지만 끝내 다른 라인의 열세를 뒤집지 못해서 진 경기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어쩌면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은 정답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의심해야 했다. 또는 다른 실력자들의 스타일을 따라 해보는 건 어떨까, 고민해야 했다.
“‘페이커’ 이상혁 선수나 ‘쇼메이커’ 허수 선수 같은 플레이 스타일도 염두에 뒀다. 두 선수는 본인의 성장보다는 유기적인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처럼 다른 라이너나 정글러를 편하게 해주는 플레이를 추구하는 것도 고민해봤다.”
하지만 데뷔 이래 가장 추운 겨울을 보내며, 오랜 고민 끝에 곽보성이 내놓은 해답은 ‘비디디 스타일’로 게임하기였다. 비디디 스타일이란 무엇일까. 아마도 상대 정글러의 미드 갱킹을 강제하는 강하고 타이트한 라인전, 갱킹 회피를 통해 만들어내는 스노우볼, 기습적인 본대 합류와 이니시에이팅을 통한 변수 창출 등이 그의 스타일을 상징하는 요소들일 것이다.
“많은 고민 끝에 ‘원래 내가 추구했던 스타일이 가장 나에게 어울린다’는 답을 내놨다. 한때는 ‘쵸비’ 선수 때문에 어지러웠다.(웃음) 하지만 지금은 굳이 남을 따라 하기보다는 내가 원래 잘했던 플레이 스타일대로 하려고 한다. 내가 원래 추구했던 플레이의 방향이 옳다고 생각한다.”
곽보성의 부활과 함께 KT 롤러코스터도 오르막길을 탔다. 한화생명과의 2라운드 맞대결에서 이긴 KT는 10승5패를 누적했다. 단독 4위에 올라있지만, 잔여 경기 결과에 따라 더 높은 순위로 정규 리그를 완주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지난해 부침으로 떨어졌던 자신감, 그것은 시즌 초까지도 그를 괴롭혔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작년에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서 선수로서의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 올해 초까지도 경기를 치를 때 지나치게 긴장했다. 게임 플레이에도 문제가 생기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최근에 많이 이기다 보니까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런 것들이 없어졌다. 이제는 심리적인 부분이 경기력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