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친윤석열)계의 지지를 일방적으로 받았던 김기현 의원이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것은 ‘안정적인 당정 관계’에 대한 당원들의 열망이 가장 큰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김 의원은 52.93%의 득표율로 차기 당대표로 선출됐다.
김 신임 대표가 이날 과반 득표율을 기록하지 못했을 경우 국민의힘은 결선투표를 진행해 오는 12일 새 당대표를 뽑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김 의원은 ‘1차전’ 성격이 짙었던 전당대회에서 승리를 확정지은 것이다. 국민의힘 ‘당심(黨心)’은 윤석열정부의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지도부로 ‘윤심(尹心)’을 얻은 김 대표를 택한 것이다.
김 대표는 8일 수락연설에서 “(국민은) 물가 문제, 집값 문제, 규제·개혁 문제, 일자리 문제, 그리고 노동개혁·연금개혁·교육개혁과 같은 이 개혁적 과제를 이루라고 우리에게 명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유능한 정당, 일하는 정당을 만들려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에게 과반 이상의 표가 쏠린 것을 두고 “정부와 여당이 엇박자를 내선 안 된다”는 당원들의 바람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재선의원은 “당의 안정적인 개혁을 바라는 마음이 과반 투표로 나타났다”며 “대통령과 긴장 관계를 형성하기보다 안정적으로 당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을 선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이준석 전 대표와 대통령실의 마찰이 당원들에게는 큰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며 “당원들은 정부와 여당이 발맞춰 함께 가길 바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윤심의 당 장악력이 높아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초반부터 친윤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한 초선의원은 “친윤을 대표해 출마한 김 의원이 1차에서 과반을 달성했다는 것은 그만큼 윤석열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안정 궤도에 들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친윤계 한 의원은 “김 대표가 원내대표를 맡았던 경험이 있어 야당과 꼬인 실타래를 잘 풀어낼 것이란 기대감도 표심에 담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 앞에 비단길만 깔린 것은 아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틀어진 내관계 복원이 숙제로 남았다. 특히 김 대표를 둘러싼 ‘울산 KTX 연결도로 시세차익’ 의혹이 계속 발목 잡을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는 경찰에 직접 수사를 요청하면서 역공을 가했다.
그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얼마든지 수사하고 조사하고 다하면 될 것”이라며 “불법은 없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막바지에는 대통령실 행정관이 전당대회 기간 김 대표를 지지했다는 논란이 불거져 상대 후보들의 사퇴 요구에 맞서야 했다.
야당과의 협치는 김 대표의 숙제다. 김 대표는 “가능하다면 최대한 빠른 시일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야당 지도부를 만나 의견을 구하고 여야 협치 속에서 민생 살리기 위한 과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호흡을 맞출 최고위원에는 김재원(17.55%) 김병민(16.10%) 조수진(13.18%) 태영호(13.11%) 후보가 선출됐다.
선출직 최고위원 4명이 모두 친윤계로 꾸려지면서 당 지도부는 안정성을 확보하게 됐다. 청년최고위원도 친윤계인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이 선출됐다.
‘이준석 사단’으로 출마한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후보는 ‘친윤 조직표’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전원 탈락했다.
박민지 박성영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