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트레이너도 근로자, 퇴직금 줘야” 대법원 첫 판결

입력 2023-03-08 19:38

헬스장과 위탁계약을 맺은 트레이너도 사업주의 구체적 업무 지시를 받아 일했다면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헬스 트레이너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첫 판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헬스 트레이너 A씨가 헬스장을 상대로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4월부터 서울의 한 헬스장에서 회원들에게 개인 강습(퍼스널 트레이닝·PT)을 하는 트레이너로 근무했다. 헬스장과는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위탁계약을 맺었지만 매월 기본급에 회원 지도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받았다. 2018년 12월 일을 그만둔 A씨는 헬스장 측에 “사실상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일했다”며 1300만원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헬스장 측은 “A씨가 용역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일 뿐 소속 근로자가 아니다”고 맞섰다.

1·2심 재판부는 A씨 손을 들어줬다. 형식상 위탁계약이었지만 실질적 업무관계를 따져보면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가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헬스장이 A씨에게 평소 강습 시간과 장소를 지정해주는 등 개별 강습을 할 수는 없었던 점, 헬스장 지시를 받아 주말 당직표를 만들고 청소·매출 관리 등을 한 점도 판단에 고려됐다. 헬스장이 A씨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헬스장 측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2021년 헬스장에서 3년 9개월간 근무한 트레이너 B씨의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는 근로자성을 부인했었다. 트레이너가 자신의 일정표에 따라 강습 시간을 짰고, 트레이너 노하우에 따라 강습이 자율적으로 진행된 점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사용주의 실질적 지휘·감독 여부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