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서울대 진학자 데이터 속에는 대한민국 교육 불평등의 현실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부모의 배경이 교육 제도를 타고 자녀에게 대물림되고 있음이 숫자를 통해 다시 한 번 증명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일보가 무소속 민형배 의원실을 통해 ‘2019~2023학년도 서울대 신입생 합격자 현황’(고교 소재지 기준) 자료를 받아 분석해보니, 올해 서울대 신입생 10명 중 4명은 서울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고등학생 수 대비 서울 고등학생의 비중이 14.8%임을 고려하면, 그보다 2.5배 많은 학생이 서울대를 진학한 것이다.
전국을 시·도 단위로 나눠 비교했을 때 최근 5년 간 전체 고등학생 수에서 해당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높은 비율로 서울대를 진학한 곳은 서울과 세종, 대전 3곳에 불과했다. 다른 지역들은 그 비율에 미치지 못했다. 다시 말해, 특정 지역에서만 학생 수 대비 서울대 진학자 수가 많았다는 얘기다.
서울의 경우 특정 구 편중은 더 심했다. 최근 5년 간 서울에서 서울대를 진학한 학생 중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2.2%였고, 지난해는 34.3%로 조사됐다. 세 구 안에서는 강남구가 58.3%로 절반 이상을 보냈다.
이를 사교육 비 과열지구로 분류되는 비 강남 3구의 서울대 진학자 수 비중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최근 5년 간 서울에서 서울대로 진학한 학생 중 ‘비 강남 3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4.6%였다. 이는 강남 3구와 정확히 7배 차이나는 수치다.
서울 내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격차는 서울 자치구별 영어유치원 수와도 맥을 같이 하고 있었다(국민일보 3월 8일자 6면 참조). 서울대 진학자 수가 많은 강남 3구에는 영어유치원도 많았고, 반대로 비 강남 3구는 영어유치원 수 전부를 합해도 강남구 한 곳에 있는 영어유치원 수의 4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영어유치원은 부모의 경제력을 대변하는 지표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에 따른 명문대 진학 비율의 차이가 ‘부모 배경의 대물림’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8일 “부모의 경제적 자본과 지역적 배경을 가지고 사교육 과열지구에서 다수가 서열 높은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것”이라며 “세종도 부모의 배경을 보면 대부분이 공무원이고, 사교육 인프라도 상당히 조성된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별 서울대 입학생의 추이가 수년간 큰 변화 없이 고착화 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미 진행 중인 지역소멸이 더 빠르게 이뤄지고,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욱 심화되면서 지역균형발전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구 소장은 “사교육 영향에 따라 학업 성취가 결정되는 게 아니라 전국 어느 학교에 다녀도 동일한 교육과정과 평가 수준을 담보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의 관리 및 지원이 필요하다”며 “동시에 대학서열 문제와 학벌이 채용에 미치는 영향력 해소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