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여자부 순위표가 정규리그 끝물에 요동칠 기미다. 1위를 굳히려던 흥국생명이 한국도로공사에 발목이 잡히면서 2위 현대건설에 희망이 생겼고, 한국도로공사와 KGC인삼공사는 2점 차 이내로 초접전 3위 싸움을 펼치고 있다. 각 팀이 2~3경기씩 남겨둔 가운데 서로를 넘어서야 하는 ‘데스매치’에 돌입한다.
2위 현대건설은 지난 7일 도로공사가 흥국생명을 잡아주면서 1위 탈환 희망이 생겼다. 8일 현재 1위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승점은 4점 차다. 두 팀 모두 3경기씩 남았고, 19일 마지막 경기에서 맞대결이 예정됐다. 현대건설로선 앞선 2경기를 모두 잡은 상황에서, 흥국생명이 맞대결 전에 한 번 더 패해야 희망이 생긴다.
일정은 순탄치 않다. 현대건설은 한국도로공사-KGC인삼공사-흥국생명을 차례로 만난다. 세 팀 모두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사활을 건 상태다. 더군다나 5라운드에서 현대건설은 세 팀에 모두 패했다. 주전 리베로 김연견이 복귀하고, 대체외인 몬타뇨가 팀에 녹아드는 점은 위안거리다.
‘모 아니면 도’의 위험도 있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지난 5일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 후 “자력으로는 안 되고 흥국생명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어느 시점에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다”며 “(1위가) 안될 것 같으면 체력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1위 경쟁으로 총력전이 최종전까지 이어지면 2위로 내려앉는 팀은 플레이오프(PO)와 체력고갈이라는 ‘빚’까지 떠안아야 한다.
흥국생명도 안심할 수 없다. 부상당한 주전 세터 이원정이 언제 복구할지 불투명하다. KGC인삼공사와 IBK기업은행을 차례로 만나는데, 올 시즌 상대전적은 모두 4승 1패로 앞서지만 상대의 최근 기세가 거세다. KGC인삼공사는 최근 7경기에서 6승 1패를 기록하고 있고, 봄배구 열망도 강하다. IBK기업은행에는 최근 맞대결에서 패했다.
준PO 성사 여부도 관심거리다. 3위와 4위 간 승점 차가 3점 이내면 준PO가 열리는데, 3위를 노리는 한국도로공사와 KGC인삼공사 모두 준PO 없는 PO 직행을 희망한다. 일정은 한국도로공사가 유리하다. 현대건설전을 제외하면 봄배구와 멀어진 페퍼저축은행과 GS칼텍스를 만난다. 마지막 2경기에서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을 차례로 마주하는 KGC인삼공사는 고춧가루를 뿌릴 수도, 고래 사이에 낀 새우가 될 수도 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