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8일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과 근로시간 제도개편안을 고리로 ‘외부의 적’ 윤석열정부를 맹폭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 체제에 대한 비명(비이재명)계 등의 불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아 당내 ‘자중지란’은 여전한 모습이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을 두고 “사실상 대일 항복 문서”라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강제동원(징용) 배상안은 일본 입장에서는 최대의 승리고,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최악의 굴욕이자 수치”라며 “친일 매국 정권이라고 해도 할 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반역사·반인륜·반인권적인 야합과 굴종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맞서겠다”면서 국회 차원의 규탄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석열정부가 과로사회를 조장하겠다고 나섰다”며 “(지난 대선 때) 실언인 줄 알았던 윤 대통령의 ‘주 120시간 노동’이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아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당 52시간인 노동시간이 최대 80.5시간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분기로 늘리면 ‘과로사 수준’까지 장시간 노동을 강제할 수 있다”며 “일방통행과 독단으로 국민의 삶을 후퇴시키는 정책 입법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는 이 같이 대정부 공세에 주력하고 있지만, 당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이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비명계 의원 모임인 ‘민주당의 길’ 소속 10여명은 7일 만찬을 함께하면서 다음 주에 ‘대선 후 1년의 대한민국, 민주당의 모습과 나아갈 길’을 주제로 모임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 대표 체제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필요할 경우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취지다.
만찬에 참석한 한 의원은 “당대표직을 내려놓는 등 이 대표 본인이 당과 개인 리스크를 분리하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는 의견, 다시 체포동의안이 오면 이 대표가 직접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할지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면서 “이런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도 않으면서 단결만 외치는 건 ‘너희들 좀 조용히 있으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도 8일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는 현 상황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당의 불신 해소와 혁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은 소통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지금은 정공법이 필요하다”면서 “한번에 뭔가를 바꾸려는 이벤트성 기획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끊임없이 소통하며 당의 미래와 총선 승리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