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시작한다. 도는 국토교통부가 8일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요청함에 따라 9일부터 주민 열람을 시작하고 의견 수렴 창구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제2공항 기본계획안은 제주도 공항확충지원과, 서귀포시 성산읍 주민소통센터, 제주시 교통행정과 및 민원실, 서귀포시 시민소통지원실 공항확충지원팀 및 민원실, 읍·면·동 주민센터 등에서 열람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는 제주도청과 제주시·서귀포시청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의견이 있을 경우 열람 장소에 비치된 의견접수 문서를 작성하거나 홈페이지 게시판 또는 우편으로 제출할 수 있다. 도는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등에 대한 의견도 함께 받을 예정이다.
도는 이번 의견 수렴에 기한을 정하지 않았다. 공항시설법 시행령은 기본계획 수립 시 기본계획안을 14일 이상 주민이 열람하게 하고 주민 의견을 듣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도는 제2공항 사업이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만큼 의견 수렴 기간을 정하지 않고 의견을 받기로 했다. 국토부도 이날 제주도에 기본계획안을 보내면서 의견 제출 기한을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 기본계획안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가 끝나면 국토부는 기본계획을 고시하고, 제2공항 건설사업은 국책사업으로 확정된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2공항과 관련해 추진되는 모든 절차를 도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제출된 의견은 가감없이 국토부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가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동의(조건부 협의) 의견을 낸 데 대해 검토 전문기관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연일 확산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6일 국토부가 제출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동의 입장을 제시하면서 전문기관들도 입지 선정의 타당성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 평가서를 검토한 전문기관 6곳 가운데 현재까지 검토의견서가 공개된 3곳에서 평가서에 기재된 환경보전 방안이 미흡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이 공개한 각 기관의 검토의견서를 보면, 국립생태원은 멸종위기 조류와 관련해 “평가서에 서식지 훼손에 대한 실질적인 저감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핵심서식처를 파악해 사업계획을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저감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지하수 함양 통로인 숨골에 대해서도 “훼손이 불가피하고, 평가서의 저감 방안이 적정하지 않다”고 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용수원 공급계획에 대해 “체류 인구 증가에 따른 용수 취수량 확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지하수 수위 변화와 지반 안전성 등의 검토 결과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했다. “멸종위기종인 두점박이사슴벌레, 애기뿔소똥구리에도 환경영향 보완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은 “제2공항 부지의 조류 충돌 수가 기존 제주공항에 비해 2.7~8.3배 높고, 김포나 인천공항에 비해서도 1.6배에서 4.96배 높다”며 “이 같이 높은 조류 충돌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항 주변 철새도래지 등 조류 서식지를 아예 없애 버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기술했다.
환경연구원은 그러나 “국제보호종의 보호를 위해서는 서식지를 원형 보존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노력”이라며 “종 다양성을 지켜야 하는 목적과 안전을 위해 조류 충돌을 방지해야 하는 목적이 서로 상충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미흡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다시말해 두 가지 기준을 동시에 만족시킬 대책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공항으로서 입지 타당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환경연구원은 국토부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2019년 초안 제출 당시 내용에서 근본적으로 보완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앞서 해양수산부가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과 관련해 남방큰돌고래가 항공기 소음에 받는 영향을 조사·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국토부가 환경부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는 ‘최악의 조건에서도 남방큰돌고래는 소음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예측됐다’는 내용이 담겼고, 환경부가 고래연구센터가 이 내용에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한 사실과도 배치되기 때문이다. 남방큰돌고래에 미칠 소음 평가에 관한 문제는 2021년 7월 환경부가 평가서를 반려한 이유 중 하나였다.
환경부의 이 같은 ‘부실 동의’ 논란은 제2공항 절차와 관련해 새로운 논란과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국회의원과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한국환경회의는 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문 검토기관이 지적한 잘못된 분석 및 조사 방식을 인정하고 제2공항사업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환경부는 ‘한국환경연구원 등 전문 검토기관의 검토’를 거쳐 제주 성산읍의 공항 입지 타당성이 인정됐다고 밝혔지만, 전문 검토기관의 의견서를 보면 환경부와 다른 판단인 것을 알 수 있다”며 “환경부가 무엇을 근거로 실질적 승인을 한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6개 전문 검토기관의 의견서를 모두 공개하고, 공개검증의 자리를 만들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성실히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국토부가 공개한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제2공항은 2055년 기준 제주지역 1년 항공여객 수요 4108만 명 가운데 1992만 명의 여객(화물 12만t)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계획됐다.
길이 3200m 너비 45m 활주로와 항공기 44대를 세울 수 있는 계류장을 갖춘다. 여객터미널은 16만7381㎡, 화물터미널은 6920㎡로 지어진다. 사업비는 6조6743억원으로 추산했다.
사업시행자와 운영계획은 제주도와 협의 후 확정 지을 계획이다. 준공은 착공 후 5년으로 예상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