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투표하러 줄섰다가 날벼락…트럭에 치여 4명 사망 16명 부상

입력 2023-03-08 15:40 수정 2023-03-08 23:57
8일 트럭이 조합장 투표 행렬을 들이받아 3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친 순창군의 한 농협 주차장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부상자 등을 구호하고 있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전북 순창군 구림농협 주차장에서 8일 조합장 선거 투표를 위해 기다리던 유권자들이 트럭에 치여 모두 4명이 숨지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구림농협 주차장에서 A씨(74)가 운전하던 1t트럭이 조합장 투표를 기다리던 인파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씨(80‧여) 등 4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초기 3명이 목숨을 잃었으나, 부상자 C씨(73·여)가 병원에서 치료 도중 숨을 거두어 사망자는 4명으로 늘어났다.

피해자들은 이날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 투표하기 위해 건물 밖까지 줄을 서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여m 떨어진 자재 창고 인근에서 갑자기 트럭이 투표소 입구로 향했고, 대기중이던 인파 대부분을 들이받았다. 당시 투표장에는 100명 정도, 밖에는 30~40명이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8일 트럭에 치여 3명이 숨지고 17명이 중경상을 입은 순창군의 한 농협 주차장에 피해자들의 신발과 마스크, 깨진 건물 유리창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연합뉴스.

트럭은 농협 차양 기둥을 들이받고 앞 인도까지 나간 뒤에야 멈춰 섰다. 사고 현장에는 주인을 잃은 신발과 마스크, 깨진 건물 유리창 등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한 목격자는 “큰 충격소리가 들려 밖에 나와 보니 사람이 트럭 아래 깔려있는 상태였다”며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차량을 들어 올려 깔린 사람을 꺼내려고 시도도 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긴급 출동, 피해자들을 순창의료원과 전주 예수병원, 광주기독병원,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등으로 이송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50대 이상으로 14명은 70대 이상 고령이었다.

조석범 순창보건의료원장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된 분들이 치료받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며 “중상자가 5명이 있어 사망자가 더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운전자 A씨를 체포했다. A씨는 당시 투표를 마친 뒤 옆에 있는 자재 창고에서 사료를 구입한 뒤 계산을 위해 차를 몰고 농협으로 가던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가 “브레이크와 엑셀을 착각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70대인 운전자가 조작 미숙으로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순창=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