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저수지 두꺼비 험난한 산란길…4년새 로드킬 1433마리

입력 2023-03-08 15:29
이동하는 새끼 두꺼비. 뉴시스

최근 4년 동안 전남 광양시 비평저수지 주변 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은 두꺼비 수가 1433마리로 집계됐다.

8일 전남녹색연합에 따르면 전남 광양시 진상면 비촌리 비평저수지 주변 도로에서 로드킬(동물 찻길 사고)을 당한 두꺼비 수는 2020년 240마리, 2021년 569마리, 2022년 296마리 등으로 매년 수백마리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만 3개월 사이 328마리 로드킬이 확인됐다.

두꺼비는 산란기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알을 낳는 회귀성 동물이다. 비평저수지 근처 두꺼비들은 생존본응에 따라 산란기 이동을 하려다 숱한 로드킬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전남녹색연합은 이에 2019년부터 비평저수지 주변 도로에 ‘두꺼비 이동’을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했다. ‘2~3월 새끼 낳으러 이동’ ‘5~6월 새끼 두꺼비 이동’ 등이다.

그러나 비평저수지로 이동하는데 성공한 두꺼비 개체수는 2020년 550마리에서 이듬해 1832마리로 늘어났다가, 지난해 1291마리, 이어 올해 540마리로 다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로에서 차에 치여 이동에 실패하는 개체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실제 전체 두꺼비 가운데 로드킬을 당한 비율은 2020년 30.4%에서 올해 37.8%로 높아졌다.

전남녹색연합과 광양시청, 지역주민들은 비평저수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차에 치이거나 수로에 갇혀 목숨을 잃는 두꺼비를 구하기 위해 매년 장갑을 끼고 도로 위를 훑고 있다. 올해 활동은 지난달 10일부터 구조를 시작해 지난 7일 마무리됐다.

이와 함께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으로 터널형 생태통로를 조성해 두꺼비의 안전한 이동을 유도하고 있다.

전남녹색연합 박수완 사무국장은 “생태통로를 만들면서 유도 울타리 같은 추가 시설을 만들게 된다”라면서 “이런 시설이 작은 동물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을 조사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