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비동의간음죄 개정과 관련해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내면서 논의가 후퇴하는 조짐이 있다고 지적했다.
송 위원장은 8일 제115회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낸 성명에서 “형법상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은 여전히 폭행 또는 협박 등 가해자의 유형력 행사 여부에 달려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비동의간음죄는 형법상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바꿔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여성가족부는 지난 1월 26일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하며 비동의간음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같은날 법무부가 “계획이 없다”며 제동을 걸었다.
송 위원장은 또 “한국 노동시장의 성별 임금 격차는 1992년부터 지금까지 OECD 국가 중 1위이고, 여성대표성은 OECD 국가에서 하위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여성의 노동시장 내 차별 개선과 (성)폭력 철폐, 여성 정치 대표성 제고를 위해 국회와 정부에 각종 법제도 개선을 권고했다”면서도 “현실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고 개탄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1월 26일 유엔 인권이사회로부터 ‘여성폭력·성폭력 예방, 성별 임금격차 해소’ 등을 권고받기도 했다.
송 위원장은 “올해는 정부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최종권고 이행상황에 대한 제9차 정기심의를 준비하는 시기”라면서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우리 정부에 형법의 강간죄를 폭행, 협박이 있는 경우로만 한정하지 말고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중점에 두도록 시정할 것 등 다양한 권고사항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은 여성의 인권과 지위를 개선하기 위한 날로, 1908년 3월 8일 여성들이 미국 뉴욕에서 참정권과 노동권을 요구하며 벌인 시위에서 비롯됐다. 한국은 2018년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