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해보험주식회사 ◇◇파트(◉◉명), 자회사인 ◍◍◍◍◍◍◍◍◍◍㈜ ◒◒◒◒파트(◧명) 및▣▣▣▣▣▣▣▣▣▣㈜ ■■■■파트(◐◐명) 등 고객관리 업무를 담당하지 아니하는 직원에게 동 개인신용정보처리시스템의 접근권한을 부여하는 등…(중략)
KB국민은행 ◌◌◌◌◌◌◌부는 20▲▲.▲월~20▲▲.▲월 기간 중 발생한 □□□□□□□와의손실이전 파생상품거래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중략)
위 두 문장은 암호화됐거나 손상된 문서가 아니라 지난달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의 ‘검사 결과 제재’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실제 제재내용 공개안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금융회사들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치 내용을 공개하는 금융당국이 제재안의 주요 정보를 삭제한 채로 공시하며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실효성이 없는 반쪽짜리 공개안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제재 내역이 확정된 금융회사에 대해 기관명과 처벌, 주요 제재 내용 등을 정리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이 금융회사의 불공정행위 등에 따른 결과를 알 수 있도록 정리해놓은 자료다.
문제는 공시 내용 가운데 주요 사실 상당 부분이 가려진 채로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위 사례처럼 일부 공시 건들은 일반적인 금융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보가 가려져 있다.
특정 상품과 관련해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준 사례에서도 핵심 정보인 상품명이 미공개되고 있다. DB손보에 대한 조치안을 보면 이 회사는 A보험 등 79건, B보험 등 58건, C보험 등 1956건의 보험계약에 대해 부당하게 보험금을 미지급했다. 하지만 전부 상품 실명이 공개되지 않은 탓에 소비자로서는 이 회사가 어떤 상품을 가지고 소비자를 기만했는지 알 길이 없다.
KB국민은행 조치안의 경우에도 누가 언제 누구와의 거래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는지 여부를 전혀 유추할 수 없도록 제재 공시안이 작성됐다.
이런 식의 ‘반쪽짜리 공시’는 10년 넘게 반복되고 있다. 이렇게 제재안 내용을 가리는 것은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규정의 세부 내용을 보면 ‘관련 법령에 위배될 소지가 있거나 금융회사의 영업상 비밀 등 제재대상자 또는 제3자의 권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등의 경우에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금융당국 판단에 따라 제재안의 일부 정보가 공개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명징하게 불공정행위가 확인돼 제재가 확정됐음에도 주요 내용을 삭제한 채로 제재 공시를 올리는 게 ‘금융소비자 알 권리 보장’이라는 공시 취지에 들어맞느냐는 지적은 여전하다. 되레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금융회사들이 합법적으로 ‘반쪽짜리 공개안’을 만들어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앞서 증권선물위원회의 정보공개 범위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비판이 일었다. 증선위는 그간 불법 공매도 등 불공정행위와 관련해 제재 조치안이 의결되면 주요 내용을 공개해왔지만 정작 대상 기관명은 비공개하는 관행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불법 공매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대통령마저 엄단을 요구하자 지난해 12월 열린 증선위 정례회의(올해 2월 게시)에서부터야 제재 법인명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에게 필요한 핵심 부분은 공개될 수 있도록 공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9일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거나 제3자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비공개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