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와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 라운드 첫 경기를 앞둔 야구 국가대표팀이 일본 도쿄돔 그라운드를 밟고 각오를 다졌다. 상대의 객관적 전력에 관계 없이 방심하지 않고 승부하겠다는 다짐이 묻어났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8일 도쿄돔에서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 “통계로 나와 있는 전력상으론 우리가 우위”라면서도 “야구는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어 “절대 강자와 싸운다는 정신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표팀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첫 경기 호주전을 큰 힘 들이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이튿날 일본전이 곧바로 예정돼 있어서다. 이 감독은 “한·일전의 무게감에 대해선 구태여 말하지 않았을 뿐 모두들 잘 알고 있다”며 “여유 있게 이긴다면 투수를 최대한 아껴 일본전에 ‘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초반 경기가 뜻대로 안 풀릴 시엔 총력전이 불가피하다. 실제 선발투수를 제외한 투수조 전원은 9일에 등판 대기를 지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악의 경우 과감한 조기 교체까지도 염두에 둔 복안으로 풀이된다. 이 감독은 “일본에서 치른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쓸 수 있는 (계투) 카드가 두 명 정도 더 나왔다”고 설명했다.
선수단 고참들도 방심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마찬가지다. 이날 훈련 도중 취재진과 만난 김광현은 “한국시리즈라는 마음가짐으로 한 이닝 한 이닝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지겠다”고 말했다. 공식 기자회견에 나타난 ‘캡틴’ 김현수는 “호주에 까다로운 좌완 투수들이 많다고 들었다”며 “무조건 이기겠다는 각오로 경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식 기자회견 때까지도 선발 투수를 공개하지 않으며 전력 유출을 경계한 한국과 달리 호주는 일찌감치 좌완투수 잭 올로클린(23)을 9일 선발로 발표했다. 2000년생으로 196㎝·101㎏의 건장한 체격을 갖춘 올로클린은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다. 올 겨울엔 자국 리그에서 7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다. 데이비드 닐슨 호주 감독은 “한국은 매우 탄탄한 팀”이라며 “접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