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수영장에서 프리다이빙 강습을 받다 숨진 30대 여성 영어강사 장기가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뇌사판정 후 가족들의 희생적 결정에 따른 것이다.
8일 전남대병원에 따르면 노연지씨(33)는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광주시 서구 실내수영장에서 프리다이빙 강습을 받던 중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119 구급차에 실린 그녀는 전남대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으나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같은 달 21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지만 가족들은 슬픔을 제대로 나눌 시간조차 없었다.
난데없는 가족의 주검 앞에서 좌절하는 것도 잠시.
곧바로 가족회의를 연 유족들은 노씨의 주검 앞에서 고통스런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들은 논의 끝에 수년 전 장기기증을 서약한 노씨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노씨의 간장과 신장, 췌장 등은 이튿날인 22일부터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에 입원 중인 5명의 환자들에게 차례로 이식됐다. 그동안 생사의 갈림길에서 병마와 싸우느라 힘들어하던 환자들은 현재 건강을 회복 중이다.
영어학원 강사로 일해온 노씨는 평소 아이들과 동물을 좋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년 전까지 교재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에 얼마 전 영어학원으로 이직해 누구보다 열심히 강의를 해왔다.
노씨의 어머니는 “비록 내 딸은 하늘나라로 갔지만 장기를 기증받은 분들이 더 열심히 살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