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본 없이 전세를 끼고 부동산을 매입하는 속칭 ‘갭(Gap) 투자’로 전세 보증금 82억원을 가로챈 40대 2명이 구속됐다. 피해자는 무려 173명에 이른다.
전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A·B(44)씨를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또 범행에 공모한 부동산 중개업자 1명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임대 사업자인 이들은 2018년부터 2019년 사이 광양시 일대 근저당이 설정된 준공 20년 이상 노후 아파트 144채를 무자본 갭 투자 방식으로 사들여 임차인을 모집한 뒤 임대차계약을 맺고 전세 보증금 82억원 상당을 반환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 같은 방식으로 매입해 전세 임대차 계약을 맺은 주택은 173채, 보증금으로는 103억원 상당에 이른다.
경찰은 임대 기간이 차례로 만료되면 피해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자기 자본 없이 아파트를 매입한 뒤 세입자 173명에게 매입가보다 높은 보증금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자기 자본 전혀 없이 금융기관 대출금과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보증금으로 중저가형 노후 아파트를 사들인 뒤 전세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업이 밀집해 임대 수요가 많은 광양 지역에서 공인중개사를 통해 소개 받은 주택담보대출 근저당(주택가 30%) 설정 부동산만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근저당 설정 사실을 확인하고 계약을 망설이는 임차인들을 상대로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자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보증금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고 안심시키며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깡통 전세'로 법원 경매 통보를 받은 임차인 36명은 피해를 줄이고자 당초 전세 보증금보다 가격이 떨어진 노후 아파트를 어쩔 수 없이 매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도 전세보증금 반환상품에 가입한 150채 중 121채의 전세 보증금 68억원을 대위변제하면서 손실을 떠안았다. 현재 경매 진행 중인 주택은 채권을 회수하고 있으나 금융권 선순위 채권을 제외하면 막대한 손실 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7월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 기간 중 첩보를 입수, 경매 물건이 많은 한 아파트 단지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였다.
이후 임대차보증금을 대위 변제한 주택보증공사의 보증자료와 법원 등기·경매자료를 확보하고 피해 임차인 60명의 진술 등을 토대로 A씨 일당을 차례로 검거했다.
경찰은 무자본 갭투기 전세 사기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부동산 중개인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무안=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