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이 아닌데도 환자에게 마취 시술을 한 치위생사와 이를 방치한 치과의사가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치위생사 A씨와 치과의사 B씨의 상고심에서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치위생사 A씨는 의료인이 아닌데도 2018년 6월 병원을 찾은 환자의 왼쪽 아래턱 잇몸에 마취제를 주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환자는 치료를 받고 혀 감각에 이상이 생기는 등 후유증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장인 의사 B씨도 함께 기소됐다.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법인 대표자나 법인도 함께 처벌된다.
병원 측은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직접 마취제를 주사한 건 의사 B씨고 A씨는 주사기 몸통을 잡고만 있었다”고 항변했다. 이후에도 B씨가 다시 주사기를 건네받아 직접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치위생사 A씨는 의료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환자는 “잇몸에 마취주사를 할 당시 A씨가 ‘따끔하다’고 말하고 직접 마취주사를 했다”고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4월 환자 측 진술이 일관된 점 등을 들어 A씨와 B씨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보건소 공무원이 사건 조사를 위해 방문했을 때 B씨가 “바쁠 때는 치위생사가 단독으로 마취행위를 하기도 했다”고 진술한 점도 판단에 고려됐다.
병원 측은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치료 당시 환자의 눈이 도포로 가려진 상태였지만 청각이나 촉각 등으로 적어도 자신에게 시술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충분히 구분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병원 측 상고를 기각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