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인화의 대가로 평가받고 있는 석경 이원동 작가의 서른 번째 전시회가 오는 17일까지 갤러리 더블루(대구 푸른병원 14층)에서 열린다.
지역 미술계에 따르면 ‘맑음-淸’을 표방한 이원동 작가의 이번 전시회에서는 대나무와 난초가 어우러진 난죽화 등 사군자 문인화 120여점이 전시된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 중 대작 ‘대죽’(700·204㎝)은 굵은 왕대가 힘차게 뻗치는 굳건함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대밭 가운데 든 듯한 기운을 전달한다는 평가다.
100호 크기의 난죽과 풍죽(風竹)은 활달한 기상과 섬세한 필치로 은은한 묵향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 전시에서도 20호 크기의 장방형 작품을 나란히 배치해 동일한 소재, 색다른 그림을 보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출품작 화제(畫題)를 모두 전서체로 휘호해 현대적 감각의 글과 그림이 독특한 조응을 펼치는 것을 눈여겨 볼만 하다는 평가다.
석재 서병오, 죽농 서동균에 이은 천석 박근술에 사사해 대구 서예의 자존심으로 평가받는 석경 이원동은 20대 시절 현대회화로 화업에 발을 들였다. 동양 수묵을 밑바탕으로 해 2020년 전까지는 석채(石彩), 금니(金泥)작업을 시도하는 등 다양한 작품세계를 넘나들다가 3년 전부터 수묵 문인화로 회귀해 매년 사군자를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원동 작가는 “작가로 살며 편안하다고 느끼며 작업한 것은 처음”이라며 “오랜 기간 동안 실험적 작품을 시도한 끝에 이제는 무언가 안정기에 접어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을 보는 분들에게도 편안함이 전달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미술평론가 이인숙씨는 8일 “이원동 작가는 오십여 년 간 수행하듯 붓을 잡으며 그 경지를 온 몸으로, 온 작품으로 구현하려고 한다”며 “이번 전시의 난화 죽화의 깔끔하고 꼿꼿함은 그런 수행의 결과물”이라고 평했다.
이원동 작가는 37세에 첫 전시회를 연 이후 단체전과 개인전에 꾸준히 출품했다. 1998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수상한 이후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등을 맡고 있다. 이원동 작가의 작품은 국립미술관, 국회, 한국방송공사와 미국 예일대학 동양학연구소 등지에서 소장하고 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