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우리옆, 악취 진동”…숨진 태국 노동자 숙소 보니

입력 2023-03-08 06:25 수정 2023-03-08 09:51
숨진 돼지농장 태국인 근로자가 지내던 숙소. 포천이주노동자센터 제공, 연합뉴스

경기 포천시 돼지농장에서 10여년간 일하다 사망 이후 농장주에 의해 야산에 버려진 태국 국적의 60대 노동자 A씨가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포천 이주노동자센터 측은 숨진 태국인 노동자가 일하던 돼지농장을 찾았다. A씨가 지내던 숙소에 들어가 본 센터 관계자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 숨쉬기조차 힘든 악취 때문이었다.

숨진 돼지농장 태국인 근로자가 지내던 숙소. 포천이주노동자센터 제공, 연합뉴스

A씨가 살던 숙소는 돈사 건물 한쪽에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작은 구조물이었다. 가로세로 3m 정도 되는 좁은 방은 잡동사니와 쓰레기로 가득한 상태였고, 그 옆에는 방 절반 크기의 열악한 주방이 있었다.

이 농장에서 10여년간 일한 A씨는 돼지 1000여마리를 농장주 B씨와 둘이서 돌본 것으로 전해졌다. 돼지 분뇨를 치우거나 심야에 돼지를 돌보는 등 극도로 힘든 일들을 A씨가 도맡았다고 한다.

숨진 돼지농장 태국인 근로자가 지내던 숙소. 포천이주노동자센터 제공, 연합뉴스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인 A씨는 관련 기관의 보호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고향에 있는 가족과는 종종 연락했지만, 이웃이나 같은 태국인들과의 교류는 드물었다고 한다. 장시간 노동을 하며 인간관계는 고립됐던 A씨는 주로 방 안에서 홀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포천 이주노동자센터의 김달성 대표는 “이주노동자 중에서도 불법체류자들의 삶을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라면서 “불법체류자는 가뜩이나 열악한 이주노동자 보호 제도에서도 소외돼 있어 열악함을 말로 할 수 없다”고 매체에 말했다. 이어 “살인적인 노동 강도와 열악한 주거 환경이 사망 원인과 관련이 있는지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숨진 돼지농장 태국인 근로자의 시신이 유기된 장소. 포천이주노동자센터 제공, 연합뉴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A씨에게 타살 정황은 현재까지 나오지 않았다. A씨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농장주 B씨는 이날 구속됐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지난 2일 오전 A씨의 시신을 트랙터로 운반해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부친의 연락을 받고 농장을 찾은 B씨의 아들 C씨는 경찰에 A씨 사망 사실을 신고하자고 설득했으나, 술에 취한 상태였던 B씨는 C씨의 만류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C씨도 입건해 시신 유기 범행을 함께 저질렀는지 조사하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