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윤경림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이 결정됐다.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디지털전환(DX) 기술을 융합한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2.0’을 계승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치권 반대 등의 ‘외풍’을 정기 주주총회까지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다.
KT 이사회는 7일 오후 차기 대표 후보자 4명을 면접하고 윤 부문장을 단수 후보로 정했다. 면접에는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신수정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임헌문 전 매스 총괄 사장이 참여했다. 이사회는 15분 발표와 45분의 질의응답을 거쳐 최종 1명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1963년생인 윤 부문장은 1988년 LG데이콤에 입사한 후 2006년 KT 신사업추진실장, 2008~2009년 KT 미디어본부장, 2014년 KT 미래융합전략실장, 2018년 KT 글로벌사업부문장을 거쳤다. 2019~2021년 현대차로 잠시 적을 옮겼다가 2021년부터 지금까지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을 맡고 있다. KT 안팎에서는 윤 부문장을 ‘구현모 라인’으로 본다.
최종 후보 결정에 이르기까지 KT는 잇따른 ‘잡음’에 휩싸였다. 여당과 대통령실에서 ‘후보 4인’을 두고 불쾌감을 드러냈고, 야당에서는 노골적 정치 개입이라며 반발했다. 민간기업의 수장 인선 문제가 정치권 이슈로 부상했다. KT는 정치적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전문성과 변화·혁신 계획, ESG 경영 방안 등을 중심으로 공정한 심사를 거쳤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우여곡절 끝에 최종 후보를 추렸지만, 수장 자리에 정식으로 앉기까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우선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여당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면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은 KT 지분 8.5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에서 최종 후보자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언제든 반대표를 던져 선임안을 원점으로 돌릴 수 있다.
‘표결 문턱’을 넘더라도 임기 중 사업 추진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반대를 위한 이사회가 꾸려져 신사업 추진에 ‘훼방꾼’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벤자민 홍 사외이사가 사임하면서 KT 이사회 구성원은 9명에서 8명으로 줄었다. 일부 사외이사도 임기 만료가 임박했다. 새 수장의 임기와 함께 KT 이사진 재편이 불가피하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경영진 교체로 회사 경영정책이 달라질 것이 분명해졌다. 신임 대표 1년 차에는 투자를 피하는 게 좋다”면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