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도 대입도, 학교는 뭣하고… 사교육비 또 역대 최고

입력 2023-03-07 18:15

초·중·고교 사교육비가 또다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사교육비 총액 등 주요 지표들이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고점을 찍었다. ‘사교육 쇼크’란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9년 만에 종합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교육부는 7일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초·중·고교 약 3000곳의 재학생 7만4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3~5월, 7~9월 사교육 지출액을 집계한 내용이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으로 나타났다. 사교육 참여율은 78.3%였다. 세 지표 모두 사교육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7년 이래 최고치다.

초등 사교육비가 가장 가파르게 뛰었다. 초등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37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13.4% 늘었다. 중학생 11.8%, 고교생 9.7%보다 증가 폭이 컸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비대면 수업, 이로 인한 학습 결손과 문해력 저하 등을 우려한 학부모들이 사교육 시장에 지갑을 연 결과로 풀이된다. 초등 사교육 수요를 일부 흡수해온 방과후학교 참여율은 36.2%였다.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48.4%를 훨씬 밑돈다. 교육부는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를 결합한 ‘늘봄학교’를 통해 사교육을 어느정도 억제한다는 계획이지만 늘봄학교가 전면 시행되는 2025년까지 학부모들이 정책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중·고교 사교육비 증가는 입시 정책의 난맥상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특히 문·이과 통합수능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문·이과 통합수능으로 대입에서 수학의 영향력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사교육 수요를 크게 자극했다는 것이다. 실제 고교 사교육비에서 수학 비중이 가장 크다. 성적 상위 10% 이내 학생은 지난해 수학 사교육으로 23만3000원을 지출했다. 영어 16만4000원, 국어 9만6000원보다 많다.

사교육을 전혀 하지 않는 학생까지 포함해 평균을 내기 때문에 절대적인 금액보다는 흐름이 더 중요하다. 상위 10% 학생의 수학 사교육비는 2020년 20만3000원에서 이듬해 21만3000원, 지난해 23만3000원으로 계속 뛰고 있다. 참여율은 2020년 61.4%, 2021년 62.6%에 이어 지난해 65.7%로 올라갔다.

학부모들이 고1 때 가장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점도 대입 정책 영향이 크다. 고1 사교육비는 초·중·고 전체 학년 중 가장 많은 49만1000원이다. 고1은 내신 경쟁이 치열하고 ‘대입 레이스’가 본격화되는 시기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계속되는 불수능과 문·이과 통합수능 부작용, 주요 대학의 정시 40%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문과생의 경우 미적분·기하 학습 부담까지 가중되는 등 대입이 혼란스러운데 그동안 정부 대책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이번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상반기 중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