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S 피해자 전 연인 “피해자, 신앙적으로 혼란스러워 했다”

입력 2023-03-07 18:06 수정 2023-03-07 18:14
기독교복음선교회 총재 정명석 교주가 꽃다발 목걸이를 메고 신도들 앞에 앉아 있는 모습. JMS 피해자 단체 '엑소더스' 제공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 정명석(77)씨의 성범죄 관련 재판에서 피해자 중 한사람의 전 남자친구가 법정에서 “피해자가 당시 ‘이게 하나님의 사랑인지 사기인지 잘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워했다”고 진술했다.

대전지법 12형사부(재판장 나상훈)는 7일 준강간·준유사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 씨의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신이다’에 출연해 정 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며 피해 사실을 밝힌 A씨의 전 남자친구 B씨(27)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과 변호인측은 과거 B씨가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 수사기관에 제출한 피해자와의 대화내역 및 음성녹음 등을 두고 질의를 이어갔다.

먼저 검찰은 B씨가 피해자에게 성폭행을 당할 때 녹음을 권했는지 여부와 그 이유에 대해 질문했다.

검찰은 “증인은 피해자로부터 ‘피고인과 단둘이 남아있게 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 2~3시간 동안 연락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며 “다시 피해자와 연락이 됐을 때 피해자가 혼란스러워했고 음성파일 1개를 보내준 사실이 있냐”고 물었다.

이어 “앞서 피고인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할 경우 녹음을 해두라고 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B씨는 맞다고 답한 뒤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기에, 그 순간을 증거로 남겨두지 않으면 나중에 자신이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없어서 남겨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정씨의 변호인측은 피해자가 억압된 환경에 있었다면 대체 어떻게 B씨와 피해자가 계속해서 장시간동안 통화를 할 수 있었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한 변호인은 “증인은 수사기관에서 ‘피해자가 남성과 통화하는 것을 들키면 안되기에 영어로 통화하거나 산책로를 걸으면서 통화했다’고 진술했다”며 “당시 주변에 언니’들이 있었는데도 매일 5시간 정도 통화하는 게 가능하냐”고 질의했다.

B씨는 “언니들이 계속해서 같이 있는 것이 아니었고, 피해자도 자신의 방이 있어서 거기서 통화했다”며 “산책로에서도 통화를 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측은 또 성폭행의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는 DNA 검사를 수사기관에 요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물었다. 특히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은 두 사람이 어떻게 피해사실을 공유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B씨는 “당시 피해자가 혼란스러워 해서 신고할 여유가 없었고 신앙적으로도 매우 혼란스러워하는 상태였다”며 “‘어차피 소용없다’며 신고를 못할 것 같다고 했지만 주변분들의 도움으로 (신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B씨는 이어 “당시 피해자는 매우 답답해하며 자신의 신앙이 옳은지 의문을 갖고 있었다. 나는 교회를 다녔기 때문에 관련해서 상담도 해주고 힘든 일이 있으면 들어주면서 가까워졌다”며 “피해를 당했고 감정적으로 힘들고 혼란스러우면 누군가에게 말할수 있지 않나”고 반문했다.

정씨는 지난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충남 금산군에 위치한 수련원 등에서 A씨를 17차례에 걸쳐 추행하거나 준강간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또 호주 국적의 30대 여신도를 강제 추행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