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미인인데 앞트임 할 생각 없냐.” “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쁜데 왜 남자친구가 없느냐.”
진가영(가명)씨가 직장을 다니면서 수시로 들었던 말들이다. 직장에서 외모를 놓고 품평하듯 벌어진 이른바 ‘직장 내 외모 갑질’은 진씨를 계속해서 괴롭혔다. 반복된 말들에 자존감까지 떨어진 진씨는 약물치료까지 받았다. 진씨는 결국 가해 발언을 한 당사자들을 성희롱으로 신고했고,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도 도움을 청한 끝에 가해자들은 퇴사했다.
직장갑질119는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직장 내에서 여성들이 경험하는 ‘외모 갑질’ 피해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0월 14일부터 21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다.
이에 따르면 여성 응답자 세 명 중 한 명 이상(36.3%)은 직장에서 외모 지적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남성 응답자 중에서는 13.2%만 외모 지적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외모 비하’ 발언을 경험한 여성은 22.8%로 이 역시 남성 17.0%에 비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모 간섭’ 발언을 들어본 비율도 남성(11.4%)보다 여성(24.4%)이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소속 김한울 노무사는 이와 관련해 “외모평가나 지적, 통제는 직장 내 괴롭힘이자 성희롱이고 명백한 차별”이라면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메뉴얼에 성차별적 괴롭힘 또한 문제라고 담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모 평가 발언 피해로 문제 해결에 나서 본 경험이 있는 피해자 진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더 많은 여성분이 조금이나마 용기를 내고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오기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