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제주 제2공항 건설에 ‘조건부 협의(동의)’하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게 됐지만,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한 국립생태원은 “사업 입지 계획 및 규모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멸종위기종 서식지 보전 방안 등이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7일 국립생태원이 환경부에 제출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본안) 검토의견’을 공개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계획을 확정하기 전 환경부와 협의하는 제도다. 환경부는 산하기관인 국립생태원 등 전문기관 검토를 거쳐 사업 계획 적정성과 입지 타당성을 판단한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세 차례 제2공항 전략환경평가서를 제출했고, 지난 6일 환경부는 ‘조건부 동의’ 결정을 내렸다.
생태원은 ‘생물다양성·서식지 보전’ ‘멸종위기 조류’ ‘조류 충돌’ ‘숨골 보전’ 방안이 모두 미흡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생태원은 “사업대상지 전역에 맹꽁이 서식지가 산재해 있어 사업 진행에 따라 불가피한 환경영향이 우려된다”며 “이주계획이 수립돼 있지만, 중요 서식지에 대해서는 시설물의 배치 수정 및 사업 규모 축소를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저감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생태원은 또 국토부가 평가서에 멸종위기 조류저감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실질적인 적용이 가능한 저감방안(사업계획 조정, 서식지 개선 등 검토)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멸종위기종의 서식 영향을 저감하기 위해서는 핵심서식처를 파악해 그에 따라 사업계획을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저감방안”이라고도 했다.
조류충돌 방안에 대해서는 “항구 등 대규모 조류집단의 서식이 가능한 방향으로 이착륙 방향이 선정돼 우발적 상황에 따라 조류와 항공기의 충돌 가능성이 커진다”고 봤다. 국토부가 숨골 지역에 대한 가치평가를 수행했으나 사업 추진에 따라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제시한 것에 대해서도 “저감방안으로 적정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앞서 환경부는 2021년 7월 제주 제2공항 사업자인 국토부가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항공기·조류 충돌 영향 및 서식지 보호 방안 미흡’ ‘항공기 소음 영향 평가 미흡’ ‘법정보호종 보호방안 미흡’ ‘숨골 보전가치 미제시’ 등을 이유로 ‘반려’ 결정을 내렸다.
이은주 의원은 “국토부는 2년 전 환경부가 반려했던 사유를 제대로 보완하거나 충족하지도 않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제출했고, 환경부는 이를 조건부 협의로 통과시킨 것”이라며 “국립생태원의 검토의견은 ‘전문 검토기관의 검토를 거친 결과 반려 사유에 대한 보완이 평가서에 적정하게 반영되는 등 입지 타당성이 인정됐다’던 환경부 설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에 이어 제주 제2공항까지 환경부가 윤석열 대통령 대선공약이라면 국토 생태계 보전은 안중에도 없이 ‘묻지마 동의’만 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