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우리 부동산 시장에 널리 퍼진 ‘대마불사론’에 대해 “고령화 등을 고려할 때 이 추세가 미래에도 계속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총재는 7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에서 ‘자녀들이 대출로 집을 사려 한다면 어떤 조언을 주겠나’라는 질문을 받고 “부동산 대마불사, 부동산 투자는 꼭 성공한다는 생각이 (시장에) 잡혀있다. 이자율 등을 생각할 때 젊은이들이 자기 능력에 맞게 고민하고, 더 신중하게 자산을 운용하라고 권하고 싶다”며 이렇게 답했다.
‘대마불사’란 바둑에서 여러 돌로 뻗어간 기세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부동산의 랜드마크나 주식의 우량주를 놓고 꾸준한 성장세를 기대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2020년대 들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 ‘영끌’족의 과매수와 인구 감소 추세에 따른 장기 하락론이 맞물려 ‘대마불사론’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이 총재는 단기적인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의견으로 “지난해 집값이 평균 19~20%나 빠르게 하락해 금융안정에 영향을 주지 않을지 걱정했다. 하지만 올해 1~2월 떨어지는 속도가 완화돼 연착륙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최근 정부의 은행 과점 체제 개선 시도에 대해 지지하는 한편에서 우려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은행이 면허를 받는 산업이기 때문에 과점 체제 부작용을 막는 것은 당연하고, 정부가 개입해 예대금리차 정보를 공개하며 이윤을 성과급보다는 금융안정에 출자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며 “다만 민간 중심의 은행 산업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대 마진, 이자율에 많은 비판이 있다. 국내 은행 대출의 대부분이 변동금리여서 다른 나라보다 이 문제가 더 두드러진다”며 “20~30년짜리 부동산 대출을 고정금리로 내주려면 은행들이 자기 위험 관리를 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국채 20~30년짜리 선물 시장 등이 없어 은행이 ‘헤지’(위험 상쇄)할 방법이 없다. 구조 개선에 한은뿐 아니라 정부도 더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로 내려갔다. 3월의 경우 4.5% 이하로 떨어지고 연말 3%대에 이를 것으로 본다”며 “다만 우리는 올해 국제 유가의 배럴당 70~80달러 선 유지를 가정하지만, 중국 경제 상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라 유가가 90달러 이상 100달러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공공요금 조정도 예정돼 있어 6월 이후에 변수들을 다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