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인원 “연봉 동결·성과급 제로”… 임직원 울상

입력 2023-03-07 11:10 수정 2023-03-07 16:15

국내 가상자산 업계 3위 거래소 코인원이 전 임직원에 대해 ‘연봉 동결, 성과급 제로’ 조치를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1·2위인 두나무와 빗썸도 각각 성과급 규모를 줄이거나 채용을 미루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글로벌 긴축 기조와 루나·테라 사태 등으로 시장이 얼어붙자 거래소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올해 초 사내 전산망에 올린 공지를 통해 전 임직원의 올해 연봉을 동결하고 성과급을 미지급한다고 통보했다. 코인원의 이 같은 임금협상 결과는 지난해 호황기와 대비하면 크게 위축된 수준이다. 앞서 코인원은 2022년 임금협상에서 직원 연봉을 20% 일괄 인상한 바 있다.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위치한 코인원 고객센터 전경

연봉동결의 가장 큰 이유는 가상자산 시장 냉각이다. 가상자산 시장은 2020~2021년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풀린 막대한 유동성에 힘입어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았다. 그 결과 코인원 당기순이익은 2020년 66억9000만원에서 2021년 708억9000만원으로 10배 이상 뛰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투심 악화로 투자자들이 시장을 이탈하며 영업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분석에 따르면 2021년 하반기에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 사업자들의 일평균 거래규모가 11조3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주요 거래소들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조2000억원 수준으로 10분의 1토막까지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코인원은 5대 거래소가 합의 하에 상장폐지시킨 ‘위믹스’를 재상장시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등 묘수를 노리고 있다.

나머지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마찬가지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주요 거래소들 가운데 올해 성과급이 지급된 것으로 확인된 것은 시장 전체의 80% 이상을 과점하고 있는 두나무가 유일하다. 두나무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올해는 비슷한 규모의 일반 기업 수준의 성과급만이 지급됐다”고 말했다. 빗썸은 아직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하지 않았지만 매출, 영업이익 등 대내외 지표를 성과급에 혹독하게 반영하는 특성상 지난해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 채용을 미루는 방식으로 인건비 절감에 나선 케이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나무가 원래 연내로 경력직 등 대거 직원 채용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채용 계획이 보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은 시장 상황을 이해한다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 직원들도 결국 평범한 직장인이니 이런 상황이 반가울 리 없다”며 “특히 시장점유율이 높지 않은 중소 거래소 임직원들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