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인천 남동구 남촌동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강도살인 사건의 범인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택시 방화에 사용된 불쏘시개에서 나온 지문 일부가 단초를 마련했다.
인천경찰청은 강도살인 혐의로 40대 A씨와 B씨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2007년 7월 1일 오전 3시쯤 인천시 남동구 남촌동 제2경인고속도로 남동고가 밑 도로변에서 개인택시기사 C씨(당시 43세)를 흉기로 위협해 택시와 현금 6만원을 빼앗은 뒤 저항하는 C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치소에서 만나 친구가 된 이들은 범행 직후 인천시 남구(현 미추홀구) 관교동 주택가로 이동한 뒤 빼앗은 택시에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 관교동 한 교회에서 미리 준비한 범행 도구를 소지한 상태로 승객을 가장해 택시를 타고 남동세무서까지 이동한 뒤 택시를 빼앗아 남동고가로 장소를 옮겨 C씨를 살해·유기했다.
C씨는 당시 우측 손목이 끈으로 묶여 있는 상태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남동고가 인근에서 소변을 보려던 다른 택시기사를 통해 발견됐다. 아울러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택시 뒷좌석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접수, 빼앗긴 C씨의 택시도 찾았다.
숨진 C씨의 주머니에서는 신분증과 현금 등이 들어 있는 지갑이 없어졌다. 아울러 빼앗긴 택시에는 잘 보이지 않는 운전석 문쪽의 1000원짜리 뭉치가 남아있었을 뿐, 동전 등은 모두 없어진 상태였다.
이에 경찰은 C씨가 승객을 가장한 강도에게 살해된 것으로 결론을 내고 수도권 등록차량 수사 5968대, 기지국 통신 수사 2만6300건, 탐문 수사 876가구 등 대대적인 수사를 했으나 범인을 특정할 단서를 찾지 못했다.
이후 2016년 사건을 인수한 인천경찰청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을 통해 당시 수사기록과 현장자료를 재분석하고 통신 수사, 지문 감정, 관련자 조사, 프로파일링 등 광범위한 수사를 다시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택시 방화 현장 인근 CCTV를 통해 범행에 이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확인하고 동종 차량 9만2000대 중 관련성이 의심되는 차량 990대를 추렸다. 이어 해당 차량을 소유했거나 소유 중인 2400명을 직접 찾아 면담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특히 불쏘시개로 이용된 책자에서 나온 쪽지문 등 과학수사 단서와 증거까지 확보, 지난 1월 5일 A씨를 붙잡은 뒤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공범이 있을 것으로도 보고 통신 및 금융거래내역 분석 등을 통해 지난달 28일 B씨를 긴급체포하고 구속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기억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B씨는 금품을 빼앗을 목적으로 A씨와 공모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시인했다. C씨를 살해한 이유에 대해서는 “신고를 할 게 두려워서”라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살인죄의 공소시효 폐지, DNA·지문 등 과학수사 기법의 발전과 함께 미제사건 수사팀의 끈질긴 집념이 어우려져 이룬 성과”라며 “원활한 공소유지를 위해 검찰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미제사건 수사에 앞으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