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기 주민, 목사였다…“대일본제국 덕에 근대화” 설교

입력 2023-03-07 04:25 수정 2023-03-07 10:00
3·1절에 아파트에 일장기를 내걸었던 세종시 주민은 한국인이며 교회 목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른쪽 사진은 그가 온라인 설교 중인 모습. JTBC 보도화면 캡처

3·1절 아파트에 일장기를 내걸었던 세종시 주민이 한 교회의 목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신이 일본인이라는 주장과 달리 한국인이었다.

3·1절인 지난 1일 세종시 한솔동 한 아파트 발코니에 일장기를 내걸어 주민 항의를 받았던 한국인 A씨는 한 교회 목사라고 6일 JTBC가 보도했다. 그는 앞서 일장기를 걸면서 “일본 사람이라 일본 국기 걸었다. 한국 싫어한다”고 밝힌 바 있다.

A씨는 지난 5일 교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온라인 설교 영상에서 ‘대일본제국’ 덕에 근대화가 됐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해당 유튜브 채널 이름에는 교회가 소속된 것으로 보이는 교단명도 포함돼 있다.

A씨는 해당 설교에서 자신이 한 일이 아닌 척 일장기 논란을 언급하더니 “일장기 게양은 문제가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3·1절에 아파트에 일장기를 내걸었던 세종시 주민은 한국인이며 교회 목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JTBC 보도화면 캡처

그는 “태극기가 걸린 집이 1%가 안 된다. 태극기가 있는 와중에 일장기가 있었으면 어우러졌을 텐데”라며 오히려 태극기를 안 건 주민들이 문제라는 주장도 내놨다.

또 일제강점기를 ‘대일본제국 시대’라고 표현하면서 “이완용 선생과 데라우치 총독 사이에서 합병 조약이 이뤄졌다. 대일본제국의 시대가 됐다” “일본 때문에, 일본으로 인해서 문명을 배울 수가 있었다. 근대식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라고도 발언했다.

다만 영상 속 교회가 실제로 어디에 있는지, 해당 교회가 유튜브 채널명에 포함된 교단 소속이 맞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A씨가 목사로 재직하는 교회는 홈페이지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3·1절에 아파트에 일장기를 내걸었던 세종시 주민 부부의 아내. SBS '모닝와이드' 방송화면 캡처

한편 일장기를 게양한 부부의 아내 B씨는 이날 SBS ‘모닝와이드’가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서 ‘유관순이 실존인물이냐고 물었던 게 사실이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실제로 유관순 사진 속 인물이 절도범이었다고 하더라”고 했다.

취재진이 ‘그 얘기를 믿느냐’고 다시 묻자 B씨는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자료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거다. 일제 치하 때 근대화가 된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갑자기 일장기를 보고 자기네가 애국열사가 돼서 누구를 죽이겠다느니 그런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B씨는 지난 1일 일장기 게양에 항의하는 주민들을 향해 “유관순이 실존인물이냐”고 말한 바 있다. 세종시 매체 ‘더세종포커스’가 2일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B씨는 현관문 밖에서 항의하는 주민들에게 “3·1절이 무슨 날이냐” “유관순이 실존인물이냐”고 했다. 또 주민들을 간첩으로 몰면서 “인공기한테도 그렇게 하냐. 남의 집 찾아와 가지고 미개하다”며 욕설을 하기도 했다.


A씨는 SBS 취재진을 만나 “저희 외가 쪽이 일본”이라며 “(일장기를 건 건) 과거사에 얽매이지 말자는 것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어떤 역사에 대한, 과거에 대한 인식을 좀 접어두고 앞으로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의미였다. 한국을 폄하하거나 비하하거나 혐한을 하는 의도는 정말 0%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A씨 부부는 최근 경찰에 자신의 집을 찾아와 항의한 주민들을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세종남부경찰서는 A씨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집에 찾아와 항의한 사람들을 처벌해 달라’는 민원을 신청함에 따라 사건을 접수해 수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지난 3일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