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제 둑 풀었다…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도록”

입력 2023-03-06 18:33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주 52시간’으로 제한된 현행 근로시간을 ‘주 최대 69시간’까지 가능토록 허용하는 법 개정안을 내놨다. 특정 기간 늘어난 근로시간만큼 차후 단축근무와 장기휴가 등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일이 몰릴 때 집중근무하고, 일이 없을 때는 충분히 쉬는 식으로 유연화하겠다는 것이다. 재계는 “노동개혁의 출발점”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노동계는 “초장시간 압축노동 조장 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고용노동부는 6일 이 같은 내용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안의 핵심은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1주’에서 노사 합의를 통해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근로자에게는 주4일제, 안식월, 시차 출퇴근제 등 다양한 근로시간 제도를 향유하는 편익을 안겨주고 기업에는 인력 운용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근로자는 법정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에 더해 1주일간 최대 12시간까지 연장근로 할 수 있다. 이런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월’로 바꾸면 근로자는 한 달간 52시간(12시간×4.345주) 내에서 추가 근무가 가능해진다. 근로시간의 총량은 그대로지만 특정 주에 52시간보다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퇴근 후 다음날 출근까지 11시간 연속 휴식 의무를 지키면 하루에 일할 수 있는 최대 근로시간은 11시간30분이며, 주6일 근무를 가정했을 때 주당 근무시간은 최대 69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근로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3중 보호 장치’를 설정했다고 강조했다. 우선 관리 단위가 늘어나면 연장근로 총량은 줄어든다. 이에 따라 ‘분기’는 140시간(90%), ‘반기’는 250시간(80%), ‘연’은 440시간(70%)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또한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하지 않을 경우 주 최대 근로시간을 64시간으로 제한하고, ‘4주 평균 64시간 이내 근로’ 기준도 준수하도록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한다.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시간으로 적립해서 장기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과반수 노조나 노사협의회가 없는 사업장을 위해 근로자대표의 선출 절차 및 권한 등도 제도화한다.

고용부는 다음 달 17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6∼7월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야당이 다수 의석인 국회 통과 관문이 남아있는 셈이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