ℓ당 2100원에 육박하던 휘발유·경유 가격이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국제유가와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유류세 인하를 시작한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온 만큼 정부는 유류세 인하 출구전략을 고민 중이다. 단계적으로 인하 폭을 축소해 기름값 연착륙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3월 첫째 주 휘발유 가격은 ℓ당 1580원, 경유 가격은 ℓ당 1563원이다. 유류세 인하가 시작됐던 2021년 11월 둘째 주 가격(휘발유 1807원·경유 1601원)과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이다. 휘발유는 지난해 6월 ℓ당 2137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후 25% 이상 하락해 1500원대에 안착했다. 경유도 16주 연속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도 배럴당 80달러 선에 머물고 있다. 지난 3일 두바이유는 배럴당 83달러,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80달러에 거래됐다.
이에 정부도 유가 안정에 따라 유류세 인하 폭 축소를 고민 중이다. 우선 지난 1월 휘발유 유류세 인하폭을 37%에서 25%로 축소했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휘발유 25%·경유 37%의 유류세 인하는 다음 달 30일 종료된다. 당장 유류세를 환원시키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인하 폭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세수는 유류세 인하 폭 축소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 1월 국세 수입은 42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조8000억원 감소했다. 코로나19 세정지원으로 인한 이연세수 감소 효과(5조3000억 원)를 제외해도 1조5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한 것이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0% 감소해 1조원 걷혔다. 정부는 지난해 유류세 인하로 약 1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10%였던 유류세 인하 폭은 5월 30%로, 7월 37%로 점차 확대됐다. 황인욱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유류세 인하는 비교적 단기간 내 물가 상승 충격을 완화할 수 있으나 세수감소뿐만 아니라 부정적 외부효과를 높일 수 있어 상시화하거나 장기적으로 채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물가다. 정부는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을 3.5%로 전망했다. 물가 상승세가 꺾이긴 했지만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4.8%로 여전히 높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 폭을 축소하게 되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특히 유류세 인하 폭 축소는 다수 국민이 체감할 수 있어 정부로서도 부담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