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6일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협의’ 결정을 내림에 따라, 그동안 답보상태에 있던 제주 제2공항 건설이 다시 추진 수순에 들어가게 됐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환경부 발표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환경부는 제주도에 제2공항 건설사업의 환경적 영향평가에 대한 책임과 판단을 미뤘다”며 “전략환경영향평가와 (이후 제주도가 국토부와 협의할)환경영향평가의 차이를 모르는 것 같다”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오 지사는 또 국토교통부에 대해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이행해야 하는 주민설명회나 공청회를 열지 않고, 제주도의 정보 제공 요청에도 응하지 않는 등 제2공항 주체인 제주도민을 배제했다”며 “70만 도민을 대표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는 2021년 환경부의 반려 사유였던 항공기-조류 충돌 영향과 서식지 보전 등 4가지 사안에 대해 국토부의 보완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국토부의 기본계획 고시 전 제주도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반대 단체들은 즉각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하고 나섰다. 제2공항 건설 반대 단체들로 구성된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성명을 내 “국토부의 답변이 환경부가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반려한 2021년과 지금 달라진 게 없는데 환경부가 조건부 동의 결정을 내렸다”며 “8년째 이어진 갈등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도민 스스로 지역 문제를 결정하는 방식인 주민투표뿐”이라고 주장했다.
찬성 단체 측은 환경부의 결정을 환영하며 신속한 추진을 촉구했다. 제주제2공항건설촉구범도민연대와 성산읍청년희망포럼 등 찬성단체는 이날 논평을 통해 “2015년 제2공항 예정지로 성산읍 일대로 발표된 이후 사업 지연에 따른 부담은 주민들이 짊어지고 있다”며 “환경부의 조건부 동의를 많은 주민들이 적극 환영하고 있다. 다음 절차까지 순조롭게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했다.
앞서 국토부는 2019년 6월 제2공항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같은 해 9월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을 환경부에 제출했다.
환경부는 국토부가 제출한 평가서 내용이 부족하다며 두 차례 보완을 요구했고, 보완 내용이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라 2021년 7월 반려 결정을 통보했다.
이에 국토부는 평가서 내용을 추가 보완해 지난 1월 재차 재보완서를 냈다. 이날 환경부의 발표는 국토부가 올초 제출한 재보완서에 대한 최종 입장이다.
환경부가 사실상 동의 결정을 내리면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추진에 청신호가 켜졌다.
앞으로 시행 주체인 국토부는 환경부의 조건부 협의 의견을 제주 제2공항 최종 기본계획에 반영해 고시하고, 이후 절차인 실시계획을 승인하기 전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도와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진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는 관련 조례 등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를 심의하고 최종적으로 도의회 동의 절차를 받아 국토부에 회신한다. 다만 도의회에서 부동의 의결되면 제2공항 사업은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일대 545만6437㎡에 길이 3200m 폭 60m의 활주로를 갖춘 공항을 새로 짓는 사업이다. 정부가 2015년 제2공항 후보지로 제주 성산읍을 정하고 같은 해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이 본격화됐다.
국토부는 제2공항이 건설되면 현재 포화상태인 제주국제공항의 국내선 수요를 50% 분담하고, 2036년부터 국제선을 확충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앞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제2공항 찬반 대립 갈등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2021년 2개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실시한 도민 여론조사에서는 반대가 찬성보다 각각 2.9%p(오차 범위 내)와 7.7%p 높게 나타났다.
한편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행정기관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 계획을 확정하기 전 환경부와 환경적 측면의 적정성과 입지 타당성을 미리 협의하는 제도다. 공항 건설사업의 경우 기본계획 수립 단계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해 환경부 장관과 협의하고, 협의 내용을 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