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메이커의 무대, 오브젝트 한타

입력 2023-03-06 15:54
LCK 제공

디플러스 기아 ‘쇼메이커’ 허수의 강점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은 오브젝트 한타 상황에서의 움직임이다. 상대의 주력 스킬을 흡수하는 어그로 핑퐁이나, 상대의 움직임을 강제하는 ‘조닝’ 등이 디플 기아의 오브젝트 한타 승리로 이어지는 그림이 자주 나온다.

지난 4일 한화생명e스포츠전에서도 그의 오브젝트 한타 강점이 잘 드러났다. 1세트 때 애니를 선택 한 허수는 27분경 내셔 남작 둥지 뒤쪽 부시에 숨어서 상대 정글러·서포터를 동시에 기절시켰다. 상대의 페이스체크를 예측하고, 부시 뒤쪽으로 빠져있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는 이처럼 협곡의 전령 또는 드래곤과 가까운 지역에서의 심리전에 유독 강하다. 비결은 상대방의 생각을 읽는 힘이다. 허수는 한화생명전 직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우스를 잡고 있지 않을 때도 머릿속에선 협곡을 그리고, 가상의 한타를 전개하는 습관을 들였다. 허수는 “게임을 안 할 때도, 평소에도 오브젝트 한타 같은 것들을 자주 생각한다”며 “‘어떤 챔피언을 해야 상대의 기분이 나쁠까?’ ‘세 번째나 네 번째 드래곤 싸움에선 어떤 포지션을 잡아야 할까?’ 같은 것들을 자주 생각하다 보니 (오브젝트 한타가) 내 강점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브젝트 한타에서의 수읽기는 그를 2020년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챔피언으로 등극시킨 능력이기도 하다. 그해 결승전 1세트 막판 오리아나의 구체를 이용해서 상대의 심리적 허점을 만들고, ‘너구리’ 장하권(오른)을 매복시켰던 플레이는 아직도 회자된다. 허수는 “대단한 플레이는 아니다. 모든 선수가 하는 움직임인데 내가 유독 운이 좋았다”며 멋쩍어했다.

오브젝트 한타는 개인보다 팀의 판단력이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허수는 “드래곤 싸움을 할 땐 어떤 팀이든 정말 많은 근거를 마련해놓는다”면서 “디플 기아에는 그런 근거를 잘 이용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오브젝트 한타에서 좋은 그림이 자주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디플 기아는 이제 정규 리그 네 경기만을 남겨뒀다. 순서대로 농심 레드포스, 브리온, T1, 젠지와 붙는다. 허수는 “다음 주 경기도 중요하고 잘 준비해야 하지만, 다음다음 주 경기인 T1전과 젠지전도 정말 중요하다”면서 “그때까지 팀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